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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직장인·주부 등 1대 1 온라인 관리… “작심삼일 없이 건강지켜요”

한 이용자가 손목에 찬 스마트밴드와 연동되는 스마트폰 앱을 작동하는 장면. 권현구 기자



 
보건소 모바일헬스케어 서비스 이용자들이 지난 3일 서울 강동구 천호보건지소에서 6개월간의 건강관리 결과를 파악하기 위해 체중과 체성분 측정, 혈액 검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의사·간호사·운동처방사 도움받아 시간·장소 제약 없이 앱으로 관리
시행 7년간 콘텐츠 매년 업그레이드… 올 180개 보건소서 2만2600명 참여

IT분야 직장인 이세환(48·서울 강동구)씨는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 2년여간 재택근무를 주로 하면서 식생활습관이 나빠졌다. 결국 체중이 급격히 불어났고 건강검진에서 각종 수치들이 고혈압, 지방간, 당뇨전단계 등 위험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5월 아내 권유로 보건소 모바일헬스케어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렸다.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 운동처방사, 영양사 등 전문가들로부터 1대1로 맞춤형 건강관리를 받는 것이다. 시간·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고 온라인으로 보건소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서 끌렸다.

이씨는 매일 1만보씩 걷기, 근력운동 하기, 하루 2000㎉ 넘지 않게 먹기 같은 운동·영양 처방을 받았다. 걸음수와 심박수는 제공받은 손목시계형 스마트밴드(활동량계)로 앱과 자동 연계됐고 매일 실행한 운동이나 먹은 음식 내용을 앱에 올리면 소모 칼로리와 영양소 섭취량 등을 분석해 알려주고 전문가들의 맞춤형 피드백도 받았다.

이씨는 이달 초 강동구 천호보건지소를 방문해 지난 6개월간의 건강관리 성적표를 받아들고 뿌듯함을 느꼈다. 체중은 8.6㎏ 줄었는데 대부분 체지방량 감소(8.3㎏)에 의한 것이었다. 허리둘레(114→94.5㎝), 중성지방(161→95㎎/㎗)도 눈에 띄게 줄었고 혈압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씨는 “의사 상담에서 잘했다는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다시 건강해지고 있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8을 넘는 고도비만에 해당돼 보건소로부터 모바일헬스케어 참여를 권유받은 주부 이화영(47)씨도 6개월 만에 체중을 12.6㎏이나 뺐다. 대사증후군 위험을 알리는 5가지 지표(혈압, 공복혈당, HDL콜레스테롤, 중성지방, 허리둘레) 중 허리둘레를 빼곤 전부 정상 수치로 돌아왔다. 이씨는 “평소 초콜릿 같은 군것질을 많이 하고 술도 자주 많이 마시는 편이었는데, 모바일 운동·영양 상담을 받으면서 안좋은 습관을 고칠 수 있었다”면서 “다만 6개월간의 짧은 서비스인 게 너무 아쉽다. 기회되면 계속 참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참여자 해마다 증가…기능 업그레이드
성인 대상 보건소 모바일헬스케어는 2016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7년째 시행 중이다. 그동안 신규 앱과 콘텐츠 개발 등 기능을 해마다 업그레이드해 공공 중심의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로서 자리를 확고히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용자도 2016년 10개 보건소 1000명에서 2017년 35곳 4000여명, 2018년 70곳 8700여명, 2019년 100곳 1만2000여명, 2020년 139곳 1만8000여명, 2021년 160곳 2만1000여명, 올해 180곳 2만2600여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당초 대사증후군 5가지 위험지표 가운데 1개 이상 해당되는 사람이 대상이었지만 2021년부터 이런 위험 요인이 없더라도 건강관리를 필요로 하는 이들(단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질환 진단을 받은 사람 제외)로 범위가 확대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개인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비대면 건강관리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참여자(7월 말 기준)를 분석해 보면 여성이 70.1%를 차지해 남성보다 훨씬 많았다. 연령별로는 40대(36.8%) 50대(26.2%) 30대(21.9%) 20대 이하(8.2%) 60대 이상(6.9%) 순이었다. 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21일 “초창기에 남녀 비율이 5대 5였는데, 갈수록 여성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또 “40·50대 참여율이 높은 것은 당초 취지에 맞는다. 대사증후군이나 만성질환의 초입 단계에 있으면서 바쁜 사회생활로 건강관리에 잘 신경쓰지 못하는 중장년층에게 건강생활 실천과 습관화를 유도하고 나빠진 건강수치를 개선하도록 함으로써 실제 질병으로 이환되는 걸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참여 대상은 혈압과 혈당, 허리둘레 등 건강위험 요인 개수와 종류에 따라 건강군, 기본관리군, 혈압관리군, 혈당관리군, 복합관리군으로 구분돼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새로 포함된 건강군의 경우 지난해 2657명, 올해 3643명이 참여했다. 사무직 종사자 이서정(50·여)씨도 “현재 질병은 없고 콜레스테롤이 정상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늘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혼자서 적극적으로 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약간은 강제성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서비스 이용자들의 반응이나 건강위험 요인 개선율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연도별 서비스 참여(6개월) 완료율은 코로나 유행 초반인 2020년(81.7%)을 제외하고 90% 안팎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92.1%, 올해(7월 말 기준)는 96%의 지속 참여율을 보였다. 대사증후군 위험요인 5가지 중 1개 이상 개선율도 최소 81.7%(2020년), 최대 93.7%(2017년)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5년째 모바일헬스케어 사업을 진행중인 강동구 보건소 관계자는 “올해도 목표치(100명)를 넘어 102명이 등록했는데, 모바일기기 사용에 애로를 겪거나 질환 진단을 받은 5명이 중도 탈락한 것 외에는 계속 참여 중”이라면서 “음식 속 숨은 나트륨 찾기, 컬러푸드 섭취 및 운동 실천 인증샷 올리기, 운동상식 OX퀴즈 등 참여의 재미를 유도하고 실천 의지를 고취할 수 있는 자체 특별 미션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시스템 안정화됐지만 보완 필요

성인 모바일헬스케어 서비스는 초창기에 비해 많이 안정화됐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고도화나 시스템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앱과 연동되는 혈압계나 체성분계 등 스마트 기기가 한정돼 있다. 개별 구매 혈압계 등 보다 많은 디바이스와 연동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앞서 이세환씨는 “요즘 시계형 스마트밴드도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고급제품이 많이 나와있는데, 연동이 안된다. 그런 민간 제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보완되면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보건소에서 앱을 통해 보내주는 운동 영상의 경우 시일이 지난, 오래된 것들이 많고 단순한 것도 흠이다. 이씨는 “단순히 운동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영상 보다는 개인 상황에 맞게 단계별로 체계화된 운동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6개월간의 서비스 종료 후 추적 관리 프로그램의 부재도 해결 과제다. 현재의 서비스는 신규 대상자 위주여서 서비스를 마친 사람들의 상황 파악이 안된다. 일부 보건소는 자체 대사증후군 관리 프로그램과 연계해 후속 관리하고 있지만 인력·예산 등 문제로 재등록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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