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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잃은 美 아버지 “수억 번 찔린 듯 망연자실”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로 아들을 잃은 미국인 아버지가 30일(현지시간) 견딜 수 없는 슬픔을 토로했다. SNS를 한국 사진으로 가득 채운 미국 여대생은 20번째 생일파티를 한 다음 날 변을 당했다.

스티브 블레시(62)는 아들 스티븐(20)의 사망 소식을 들은 뒤 “수억 번을 한꺼번에 찔린 것 같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며 “아무 감각 없이 망연자실하고,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조지아주 케네소주립대에 다니던 스티븐은 지난 8월 한양대 교환학생 자격으로 한국에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간 미뤄왔던 일이었다. 블레시는 “이 모든 일이 벌어지기 30분 전쯤 아들에게 ‘밖에서 돌아다니는 걸 안다. 안전하게 다녀라’라는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인 희생자는 켄터키대 간호학과 3학년생인 앤 기스케(20)였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앤은 참사 전날인 28일 한강에서 케이크에 초 2개를 꽂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앤은 제주도 부산 홍대 등을 방문한 사진도 SNS에 올렸다. 앤의 아버지는 현지 언론에 “앤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밝은 빛이었다”며 비통해 했다.

일본인 도미카와 아유무(60)도 같은 날 딸 메이(26)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도쿄에서 웹 디자이너와 액세서리 제작자로 일하던 딸은 평소 한국을 좋아했다.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지난 6월 서울로 유학을 왔다.

참사가 벌어진 29일 메이는 부친에게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에 간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다음 날 오전 참사 소식을 들은 도미카와는 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도미카와는 “자는 걸까 생각했는데 설마 현장에 갔었을 줄은 몰랐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이후 전화를 받은 건 딸이 아닌 경찰이었다. 도미카와는 이날 저녁 일본 외무성에서 일본인 희생자 중 한 명이 딸로 확인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딸은) 정말 한국을 좋아했고 즐기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멀리서 열심히 하고 있어 응원하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백재연 기자,워싱턴=전웅빈 특파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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