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예수께서 열두 제자에게 이르시되 너희도 가려느냐



개척 초창기 있었던 일입니다. 한 자매가 전도하려는 어르신이 계셨는데 췌장암 말기 환자였습니다. 말기암 환자를 받아주는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시길래 수원의 한 호스피스 병원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평생 불교 신자로 살아온 그분에게 복음은 낯선 단어인 데다 매일 호스피스 병동에서 드려지는 예배는 불편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줄 병실이 있음에 연신 저에게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어김없이 심방 차 병원을 방문했는데 그분은 혼미한 정신인지, 온전한 정신인지 알 수 없으나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분에게 좀 데려다 달라”고.

믿음 없는 목사는 “집에 가고 싶으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그분에게 좀 데려다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제야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습니다. 그날 원목 목사님과 상의해 세례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하루 뒤 가족과 병원 식구 등이 모여 함께 예배드리고 병상 세례를 하게 됐습니다. 우리교회로선 첫 전도 대상자의 첫 영접과 첫 세례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분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고인이 된 그분을 만나고자 장례식에 다녀온 후 삶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제 마음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새벽에 다시금 기도하는데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오며 하나님께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럴 거면 왜 전도하라고 했습니까. 수고롭게 전도하고 열심을 내 세례까지 줬으면 잠시라도 살도록 해 주시던가, 아니면 기적이 일어나 다시금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예배라도 한번 참여하시게 하면 잘못된 겁니까.”

원망 섞인 기도를 얼마나 했을까요. 마음에 큰 울림과 함께 소리가 들렸습니다.

“네 교회 채우려 하지 말고 내 나라를 채워라.”

그때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됐습니다. 내가 왜 전도해야 하며, 무엇을 위해 개척이라는 것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분명한 답이었습니다.

분명한 사명을 갖고 목회를 한다고 생각해왔고 전도사 10년 동안 꽤 좋은 성과도 있었습니다. 나름으로 열심히 목회해 말씀이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부목사시절 부흥이라는 것도 경험했고 일 잘한다는 소리도 종종 들었습니다. 그래서 개척만 하면 모든 것이 준비된 저에게 은혜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넘치도록 채우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음성을 통해 그간의 사역들이 사명 감당이 아닌 훈련과정이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무엇을 위해 교회가 존재하는지, 존재 이유도 분명해졌습니다.

오늘 본문에선 예수님의 마음이 들립니다. “너희도 가려느냐.” 많은 사람이 떠나면서 예수님은 그들도 떠날까 두려움과 걱정으로 하신 말씀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그 말의 참된 뜻은 “너희도 저들과 같은 생각인가”라는 제자들의 신앙고백에 대한 질문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시몬 베드로는 주께 대답합니다.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사오니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

내가 세운 교회가 아님을 오늘 다시금 고백합니다. 교회는 사람이 아닌 하나님이 세우시고 세워가신다는 겁니다. 분명한 건 그분과 마음이 합한 제자들에게 교회를 의탁하신 것처럼 교회의 존재 목적에 대해 분명한 자들에게 교회를 맡기신다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분명히 해 봅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서운하게 한 수많은 무리가 아닌 예수님의 마음을 기쁘게 한 베드로의 고백처럼 하나님 나라 채움이 우리의 목적지임을 알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전도해야 합니다. 그 나라 백성을 채우기 위해!

양홍석 목사(용인 다릿목교회)

◇양홍석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경기도 용인 다릿목교회를 섬기면서 지역사회를 위해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학생 부목사 등 개척교회 준비자들을 위해 초교파적으로 개척교회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고 오는 24일 열리는 행사의 6기생을 모집 중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