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자와 함께 울며 ‘통 큰’ 섬김 사역… 오순절교회의 힘

조용기(왼쪽) 목사가 2003년 9월 대만 타이베이시 국립대만대학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영적 각성과 부흥을 위한 성회’에서 환자들에게 안수기도를 해주고 있다. 국민일보DB


이영훈(가운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와 장로들이 2020년 5월 경기도 안산의 보성상가를 위로 방문해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 국민일보DB


2020년 5월 초,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와 교역자, 장로, 성도들은 ‘세월호 사건’의 아픔이 여전한 경기도 안산의 전통시장인 보성상가를 방문했다. 코로나19 확진세까지 더해져 매출이 급감한 상황을 전해 들은 이들은 “상인들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구석구석 시장을 돌며 물건을 팔아줬다. 상인들은 이들의 방문에 반가움과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14년 봄부터 매년 한두 차례 성도들과 함께 보성상가를 찾았다. 이날은 13번째 방문이었다. 단일 교회가 7년에 걸쳐 꾸준히 지역을 섬기는 걸 두고 교회 안팎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한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이런 구제·섬김 사역은 오순절교회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다. 많은 오순절교회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관심을 뒀고, 서민 속으로 깊게 파고 들어간 오순절 신앙은 성경이 강조한 ‘이웃사랑’의 실천 사역으로 연결됐다. 부흥이란 열매도 거뒀다.

실제로 초창기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전쟁이 끝난 뒤 먹고 살기 위해 상경한 이들로 붐볐다. 교회는 이들을 내치지 않고 하나같이 보듬었다. 생전 조용기 목사는 “당시 천막으로 지은 교회 안에 들어서면 온갖 악취가 진동했다. 현장을 방문한 미국 선교사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이런 환경을) 못마땅해한 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교회는 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목사의 이런 정신은 교회의 ‘통 큰’ 섬김으로 지금까지 이어진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까지 코로나와 수해 등 피해 가정에 총 156억 원을 지원했다. 피해 가정 중에서도 영세 소상공인·홀몸 노인·생활이 어려운 장애인과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이 수혜 대상이었다.

오순절교회가 ‘성령’을 강조하며 펼친 치유 사역도 빼놓을 수 없는 열매다. 정부 차원의 의료나 복지 시스템이 취약한 경우, 오순절 신앙이 강조하는 ‘믿음의 치유’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준다. 남미나 아프리카 교회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의 경우 오순절 신앙이 지닌 성령·은사·신유 같은 체험 신앙적 특징이 현지 문화에 깊이 녹아 있는 초월·신비적 문화와 유사해 수용하는 데 거부감이 없다”고 분석한다.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을 실질적으로 돕는다거나 환자를 낫게 하는 오순절교회의 치유 사역은 성도들의 현실적 필요를 채워줬다.

이 같은 치유와 구제·섬김 사역은 오순절교회의 대표 교회로 꼽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성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최근 방한한 미국 뉴욕 카니시우스대학 세계종교연구소 티머시 왓킨스 석좌교수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국의 근대화 시점에 엄청난 성장을 경험했다”면서 “당시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갈구했고, 치유와 번영이라는 조용기 목사의 메시지는 이를 갈망하는 이들을 매료시켰다”고 분석했다.

활발한 여성 사역은 오순절교회의 큰 열매이고 이민자들이 넘치는 환경은 오순절교회의 미래로 꼽히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초창기 부흥을 상징하는 단어로 ‘빨간 가방 아줌마’가 있다. 당시 교회가 평신도 리더들에게 나눠 준 빨간 가방을 들고 전도에 나선 여성을 가리킨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60년대부터 특유의 구역제도인 ‘셀(cell) 목회’를 펼치며 부흥을 이끌었다. ‘셀 목회’의 특징 중 하나는 평신도, 나아가 여성이 모임의 리더가 됐다는 점이다. 당시 사회 편견이 있어 쉽지 않았지만, 조 목사는 그 편견의 벽을 깨고 여성이 일할 수 있도록, 평신도들이 교회사역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했다. 교회는 세포조직과 같은 셀을 중심으로 모인 성도들을 말씀으로 양육했고, 셀 리더인 ‘구역셀장’과 ‘지역셀장’이 심방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도록 훈련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빨간 가방’을 든 셀 리더들의 열정적인 활동이 교회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됐고, 리더의 양육 아래 성도들끼리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며 섬겼던 점은 교인의 ‘영적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도 “오순절교회는 여성과 이민자 등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품는 데 탁월하다”면서 특유의 포용성을 오순절교회의 흡인력이라고 말한다. 실제 현재 미국 하나님의성회(AG) 소속 목회자 25% 정도가 여성이다.

최근엔 오순절교회가 다문화 공동체의 대명사로도 꼽힌다. 외신 등에 따르면 영국의 오순절교회는 2000년 2500개에서 2020년 4200개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서구권 교회의 쇠퇴 현상과 반대로 오순절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으로 흑인을 비롯한 이민자들을 꼽았다. 이들이 오순절교회로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왓킨스 교수가 오순절교회의 희망을 아프리카 이민자에서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고향을 떠나 세계로 퍼져 나가는 아프리카 기독 이민자들은 그들의 신앙도 함께 갖고 나간다”며 “이들 이민자가 각 나라에 신앙 공동체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작지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