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 기자의 안녕, 나사로] 주님 가치 열매 맺는 흙 담긴 수저 물려줘라

크리스천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금수저가 아니라 흙에서 하나님이 주신 가치를 열매 맺게 하는 ‘마음 밭’이다.




재산 2000억원대 육군참모총장 아들(레벨 260), 3000억원대 건설회사 회장 딸(레벨 340), 시총 300조원대 대한민국 재계 2위의 그룹 회장 아들(만렙:도달할 수 있는 최고 레벨).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교실에 앉아 있지만 학생들에겐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레벨이 있다. 부모의 재력과 권력에 의해 부여받는 ‘금수저 레벨’이다. 드라마 ‘금수저’(MBC)가 그려내는 계급 사회화된 대한민국의 단면이다.

작품에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우연히 얻게 된 금수저를 통해 부잣집에서 태어난 친구와 운명이 바뀌는 이야기가 판타지 드라마로 펼쳐진다. 주인공 승천(육성재 분)은 또래 친구들이 학원 다닐 시간을 배달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채운다. 웹툰 작가 지망생 아버지와 식당 주방 일을 하는 어머니, 빚 4억원을 갚지 못해 사채업자의 협박에 몸과 마음이 멍들고 월세방에서 쫓겨날 상황에까지 처하는 흙수저 가정의 삶은 고단하다.

‘내가 금수저라면 어떨까.’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볼 법한 짧은 가정문이지만 그 배경은 단순하거나 가볍지 않다. ‘수저 계급론’이 깔린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최근 국세청이 내놓은 ‘세대 생략 증여세 결정 현황 자료’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엄마 아빠를 건너뛰고 성인이 되지도 않은 손자 손녀한테 물려준 재산이 지난해 1조117억원이라고 보여준다. 그 중 991억원이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아기의 손에 금수저로 쥐어졌단다.

세상이 ‘성경적 원리’로부터 멀어질수록 ‘돈의 힘’은 커진다. 크리스천 부모라 해서 ‘경제적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다고 ‘승천이 같은 금수저의 기적을 주옵소서’ ‘로또 1등의 축복을 주옵소서’라고 기도할 수도 없다. 성경은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흙수저’의 길을 택한 사도 바울의 삶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달려드는 돈 학벌 명예 등을 ‘배설물’이라 일컫는다.

바울은 말한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고후 4:7) 아무 가치 없어 보이는 흙수저나 질그릇이라도 그 안에 무엇이 담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 보배가 보잘것없는 그릇에 담겨 있어도 사람들이 우러러보게 함을 통해 자신의 능력에 대한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동시에 알려준다.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에게 필요한 건 다른 부모보다 경제적으로 우월한 수저를 물려줬는지가 아니다. 가치를 제대로 분별할 수 있는 눈을 키우고 스스로 가치를 창출해 낸 수저를 들도록 ‘마음 밭’을 일구는 것이 필요하다. 1년여 전 아빠에게 받을 수저가 금과 은이 아니라서 혹 서운할지 모르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쓴 일기장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얘들아. 아빠가 너희들한테 줄 수 있는 건 흙수저다. 더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흙이 담긴 수저. 서운해도 어쩔 수 없지만 현실이다.

금은 내가 그 값을 매기는 데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저 금값 한 돈에 얼마인지 시장가가 나오면 그걸로 끝이다. 반면 흙은 다르다. 좋은 토양을 만들기 위해 영양을 공급하고 그 토양에서 열매 하나를 맺게 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다 보면 값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를 얻는 날이 온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열매이자 나 스스로 만들어 낸 가치다.

아빠로서의 경험상 아무리 간절히 기도해도 하나님이 아빠에게 없던 능력을 주신 적은 단언컨대 한 번도 없다. 심지어 “내게 능력 주시는 하나님”으로 시작하는 기도도 수천 번은 족히 했을 거다. 대신 경험한 게 있다. 하나님이 아빠에게 필요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풍족하게 주셨다는 거다. 사람 위기 관계 등이 거기에 포함된다.

내게 주어진 상황은 기회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발견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성장의 발판이 된다. 그렇게 성장을 거듭한 자가 능력이란 걸 얻는다. 이게 아빠가 경험한 ‘능력을 획득하는 선순환’이다. 이거 하나는 분명히 약속한다. 흙을 거뜬히 얹을 수 있는 튼튼한 수저는 물려줄게. 참! 열렬한 응원 한 숟가락은 얹어줄 수 있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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