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상속으로…] 주일성수하듯 ‘화요 성수’… 젊은이들 삶으로 ‘신앙숲’ 만들다

서울 성동구 라이트하우스서울숲(임형규 목사) 성도들이 지난달 27일 열린 ‘화요 성수’ 모임에서 찬양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라이트하우스서울숲 성도들이 자폐성 장애인들과 산행하는 모습. 라이트하우스서울숲 제공


성동구 성수동은 최근 서울에서 가장 뜨거운 동네로 꼽힌다. 과거 경공업 밀집 지역 시절의 공장과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한 카페와 맛집, 강남 테헤란로를 떠나 새로 둥지를 튼 스타트업이 거리를 채우며 ‘뉴트로 핫플’로 변모했다. 독특하고 차별화된 분위기를 찾아 유목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세대. 그 세대와 마주하고 있는 신앙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성수동 서울숲에서 ‘신앙숲’을 만들어가는 이들을 찾아가 봤다.

지난달 27일 오후 7시, 지하철 서울숲역 앞 스타트업 밸리에 어둠이 내려앉자 퇴근 후 ‘힙 플레이스’를 찾은 청년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중 한 공간으로 걸음을 옮기는 이들을 따라가자 타운홀 미팅 장소로 쓰일 법한 타원형 공간이 나타났다. 계단식 의자 위 드문드문 켜둔 전구로 따뜻한 느낌을 낸 공간은 이내 통기타와 카혼(나무로 만든 상자 형태의 타악기) 반주에 맞춘 찬양으로 가득 채워졌다. 라이트하우스서울숲(임형규 목사)이 진행하는 ‘화요 성수’의 모습이다. 성수동에서 일하는 이들이 모여 주일 성수하듯 화요일을 영적 교제로 채우는 시간을 뜻한다.

한쪽 벽면에 요나서 성경 구절을 띄운 채 마이크를 잡은 임형규 목사는 “가정 직장 등 모든 관계 가운데 ‘당신은 누구냐’고 물었을 때 ‘경제적 자산’ ‘갑의 위치에 선 권력’ 등 하나님보다 우선시 되는 모든 것은 우상”이라고 했다. 이어 “나를 규정하는 1순위 정체성이 ‘하나님의 사람’이 됐을 때 비로소 우리는 재앙 가운데 ‘위로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잠시 후 환한 조명이 켜지자 20여명의 참석자들이 한 손엔 부리또(토르티야에 고기 밥등을 넣어 말아낸 멕시코 요리) 다른 한 손엔 콜라를 든 채 자유롭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패션 분야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에게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아 제품으로 출시하는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어요.”(서보민·27)

“스튜디오 대관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요. 심(SEAM) 센터가 지원하는 ‘비전 클래스’에서 좋은 창업가들을 많이 만났죠. 좋은 예배처를 찾고 있다가 ‘화요 성수’를 알게 됐고 주일 성수까지 이어지게 됐네요.”(전지은·33)

이들이 ‘화요 성수’란 이름으로 모이게 된 건 지난해 10월. 소셜 벤처 컨설팅 기업 임팩트스퀘어(대표 도현명)를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 분야에 종사하는 크리스천 청년들이 수년 동안 모임을 가지던 중 도현명 대표의 제안으로 임 목사가 모임을 주관하게 되면서부터다. 전지은씨는 “크리스천으로 생활하면서 일과 신앙이 하나로 연결되는 삶을 살아가긴 쉽지 않은데 이 모임에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서보민씨는 “크리스천 청년들 대부분 직장생활하면서 주일에 얻은 영적 에너지로 일주일을 버티다시피하는데 내겐 ‘화요 성수’가 영적인 텐션을 회복시켜주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주일 오후 찾은 이 공간 입구엔 ‘지금 함께 예배합니다’라고 새겨진 팻말이 거리에서 청년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안에서는 ‘화요 성수’의 확장판 같은 예배가 진행됐다. 설교에 앞서 진행된 ‘그리팅(greeting)’ 시간엔 장애를 가진 아이를 양육하는 성도, 요가원을 운영하는 성도, 세 번의 도전 끝에 연애를 시작한 성도가 일기장 한 페이지를 소개하듯 이야길 전했다. 이어진 설교 시간엔 성경 여호수아서의 ‘라합과 정탐꾼’ 이야기가 그리팅 시간에 나눈 성도들의 이야기와 하나의 퍼즐처럼 완성돼 설파됐다.

예배는 어두운 세상의 빛이 되어 주님께 순종하며 세상으로 나아갈 것을 다짐하는 ‘공동체 고백’과 축도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예배가 끝나자 15명 내외 6개 그룹 성도들이 교제를 위해 인근 카페와 야외 공간으로 향했다. ‘하우스’라 이름 붙여진 이 교회의 소그룹 모임이다. 라이트하우스서울숲엔 주일 오후예배(1시 30분, 4시) 외에 별도의 예배가 없다. 대신 수도권 내 6개 지역을 거점으로 한 하우스가 주중에 모임을 가지며 활발하게 교제를 나눈다.

함께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며 크리스천으로서의 지향점을 찾는 하우스, 자폐성 장애인들과 산행하며 소통하는 하우스, NGO와 협력해 어려운 이웃에게 집을 지어주는 하우스. 모습은 제각각이지만 자율성, 주도성을 갖고 신앙을 표출해낸다는 교집합이 있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이슈에 몰입하고 창의적 행동에 나서는 MZ세대 특유의 행동 양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꼭 수요예배, 금요기도회가 아니더라도 삼삼오오 모여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삶을 살고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들과 소통하는 것 자체가 선교적 교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모여서 진리인 말씀을 가슴에 새겼다면 세상에 흩어져서 이를 세상으로 흘려보내는 다이내믹한 행동이 필요한 겁니다.”(임 목사)

그렇게 모이고 흩어지다 하나의 하우스가 또 하나의 라이트하우스 교회로 개척되기도 한다. 최근엔 인천 지역 하우스가 ‘라이트하우스인천’이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교회 개척은 어느 공동체에게나 쉽지 않은 도전이다. 임 목사는 “라이트하우스인천을 위해 다른 하우스들이 돌아가며 격주로 주일 예배를 인천에서 함께 드리고 하우스 모임도 인천에서 한다. 우리끼리 ‘인천상륙작전’이라고 부른다”며 웃었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기독교를 잘 모르는 청년들이 교회를 경험하기 어려운 시대다’는 이야기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임 목사는 ‘작지만 새로운 시도’가 ‘창의적 대안’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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