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실천하는 교육은 세상을 바꾸는 씨앗 만드는 첫걸음”

유대인들은 어릴 때부터 성적이나 경쟁 위주 교육이 아닌 배려와 나눔 교육을 통해 기부 가치를 실천하도록 배운다. 사진은 정수리에 키파를 쓰고 교육을 받는 유대인 아이들. 페이스카운츠 유튜브 캡처
 
월드휴먼브리지가 기획한 기독교 자선 교육 교재인 ‘세상을 바꾸는 씨앗’ 모습. 월드휴먼브리지 제공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유대인은 약 600만명이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의 2%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들이 미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실리콘밸리의 유명 기업 창업자와 대표들이 대부분 유대인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트위터의 비즈스톤 등이 대표적이다. 전체 아이비리그 졸업자의 25%, 노벨상 수상자의 30%, 하버드대 교수의 30%가 유대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많은 유명 신문사 및 방송사들이 유대인의 소유다. 록펠러, 아인슈타인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유대인도 수없이 거론된다. 미국에서 유대인의 막강한 위상과 영향력은 곧 전 세계에도 파급되고 있다.

유대인이 남달리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교육’에 그 답이 있다고 진단한다. 어릴 때부터 특별한 교육을 시행해 평범한 사람도 인재로 양성하고, 사회와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이다. 특별한 교육은 우선 ‘창의’다. 유대인은 단순히 구구단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구구단이 나오는 원리를 다년간 반복, 학습해 창의성을 키운다. 그런데 창의성 못지않게 유대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은 ‘자선’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 및 나눔을 지속적으로 교육해 기부의 가치를 어릴 때부터 알고 실천하게 한다. 관련 교육에는 유대인 억만장자인 록펠러가 시작한 기부서약 운동, 자녀에게 가난한 사람을 위해 돈을 모으는 ‘체다카’ 저금통을 만들어줘 기부 습관을 체득하게 하는 것 등이 있다.

김성중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17일 “유대인은 전통적으로 공동체주의에 근거하고 있어 나눔과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선이라는 것 자체가 실천이다. 이론을 현장에 구현하고 실현하는 실천”이라며 “(유대인은) 이를 통해 이론과 개념을 정확히 체득, 인지하게 된다고 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교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섭 월드휴먼브리지 사무총장은 “자선 교육은 인성과 지능의 조화로운 발달을 도모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회적인 성공을 이끄는 지름길이 된다”고 전했다. 자선 교육에 기반을 둔 유대인은 현재 전 세계에서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민족으로도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유대인의 기부금 규모는 전체 미국 사회 기부금의 50%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현실은 이와 상반된다. 어릴 때부터 자선과 관련된 교육 경험은 많지 않고, 주로 성적과 경쟁 위주의 교육을 경험한다. 그렇다 보니 이타적이 아닌 이기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고, 기부라는 개념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장기간 기부 후진국에 머무르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도 꼽히는데, 영국의 자선지원재단(CAF)이 최근 발표한 ‘세계기부지수’에서 한국은 기부참여지수 22점을 기록, 조사 대상국 114개국 가운데 꼴찌에 가까운 110위에 랭크됐다.

자선 교육 부재 및 경쟁 교육 중시는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낮추는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관적 행복지수’ 표준점수는 79.50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최하위였다. 세부 지표 중 주관적 건강·삶의 만족도 역시 OECD 국가 중 꼴찌였다. 청소년 자살률도 OECD 평균보다 1.4배 높았다.

우리나라 교육도 유대인의 그것처럼 방향성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적극적인 자선 교육을 통해 인성과 지능의 조화로운 발달을 도모하고, 추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교육 교재’가 중요한데, 최근 월드휴먼브리지에서 기획한 자선 교육 교재인 ‘세상을 바꾸는 씨앗’이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교재는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고생을 대상으로 각각 집필됐다. 자선의 의미와 이유, 태도와 실천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집필진 중 한 명인 문지희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담임목사) 목사는 “(교재는) 특히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며 “실천이 없는 자선 교육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예배를 통해 배운 자선을 일주일 동안 실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유대인 속담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세상은 배움과 일하는 것과 자선을 위해 성립돼 있다.” 자선을 이 세상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써 명확히 분류하고 있다. 자선이 정착되기 위해선 그것이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일차적인 덕목으로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유대인 번영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대표적인 교육 덕목으로 명확히 상정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씨앗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조재현 우정민 PD

박지훈 최경식 신지호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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