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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폐경기 이후 척추 불안정성 악화… 뒤뚱뒤뚱 걸으면 의심

바른세상병원 이병규 척추클리닉 원장이 50대 여성 환자의 척추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바른세상병원 제공
 
정상적인 척추(왼쪽)와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위·아래 척추 뼈가 어긋나 있는 모습. 바른세상병원 제공
 
50대 여성 환자, 남성 비해 2.6배 ↑
근육량 적고 여성 호르몬 감소 탓
서 있는 상태로 X선 찍어야 진단
스트레칭 하고 바른 자세 가져야

갱년기 이후 만성적인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허리 통증이 생기면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을 떠올리기 쉽지만, 50대 이상이라면 ‘척추전방전위증’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척추전방전위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16만8390명에서 지난해 19만8340명으로 5년새 17.8% 증가했다. 최근 3년(2019~2021년)간 이 질병으로 진료받은 124만4702명 가운데 50대 이상이 93.7%(116만7008명)를 차지했고 이들 중 여성이 72.3%(84만3841명)에 달했다. 유달리 50대 이상 여성 환자가 많음을 보여준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위쪽 척추뼈가 아래쪽 척추뼈 보다 배 쪽으로 밀려나오면서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척추의 후방에 있는 ‘후관절’에 문제가 생겨 한 척추체가 아래의 척추체 보다 앞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며 반복적인 외상도 척추뼈 변형에 한몫한다. 앉는 자세가 올바르지 않은 경우에도 척추에 무리가 가서 척추전방전위증을 유발할 수 있다.

노화가 시작되는 40대부터는 남녀 모두 척추와 관절 주변 인대가 신축성을 잃는다. 그래서 척추를 지지하는 힘이 약해지고 척추 불안정성이 증가돼 척추전방전위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를 거치며 이런 척추 불안정성은 더 심해진다. 지난해 해당 질환으로 진료받은 여성 전체 환자(13만9536명)의 96.3%가 50대 이상이었다. 이는 같은 연령대 남성의 약 2.6배에 달하는 수치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이병규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원장은 25일 “여성들이 척추질환에 취약한 이유는 남성과 비교해 근육량이 3분의 2 정도로 적고 특히 폐경기 이후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척추 주변 근육 및 인대가 약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트로겐은 뼈를 파괴하는 세포의 작용을 조절해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활성산소를 없애 세포 노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 에스트로겐은 통상 35세를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갱년기에는 최대치의 10% 수준으로 급감한다.

척추전방전위증이 있으면 오래 앉았다 일어설 때, 허리를 펼 때 통증이 발생하고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증상 때문에 오래 걷지 못하고 쉬었다 다시 걸어야 한다. 엉치 부위에도 통증을 느낄 수 있고 심하면 잘 때 돌아눕다가 깨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장호열 신경외과 교수는 “초기에는 보행이나 자세를 바꿀 때 요통과 다리로 뻗치는 하지 방사통이 주로 발생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다리에 쥐가 잘 나거나 다리가 차다고 느낀다. 가만히 있을 때는 덜하지만 걷거나 움직이면 심해진다”고 말했다. 질환이 진행되면 척추가 어긋난 곳의 신경관이 좁아지는 척추관협착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하지 통증과 저린 느낌은 더욱 악화된다.

척추뼈가 어긋날수록 통증은 더 심해진다. 위쪽 척추뼈가 밀려나올 경우 비만이 아닌 사람이라도 배가 나와 보일 수 있으며 아래쪽 척추뼈가 밀려나올 경우 엉덩이가 뒤로 빠져 오리처럼 뒤뚱뒤뚱 걷게 되는 특징이 있다. 장 교수는 “방치하면 극심한 요통은 물론 심하면 하반신 마비까지 올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규 원장은 “척추전방전위증은 증상이 미약하거나 초기 단계일 경우 누워서 X선을 찍으면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서 있는 상태와 앞으로 숙인 상태에서 찍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뼈가 어긋난 정도가 적은 질환 초기에는 약물·물리 치료를 진행하면서 평소 증상을 유발하는 행동(오래 서 있는 자세, 장시간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는 자세 등)을 피하는 것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질병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초기 치료 시기를 놓쳤거나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이 없다면 시술(신경감압술)이나 수술(유합술) 치료가 필요하다.

척추전방전위증 예방을 위해선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바른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갱년기 이후 여성은 바른 자세로 걷기, 수영 등 운동으로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데 더욱 힘써야 한다. 걷기 운동을 할 때는 배에 힘을 주고 등을 곧게 편 상태로 체중을 발뒤꿈치에서 엄지발가락 쪽으로 이동시키는 등 자세에 신경쓰는 것이 좋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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