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살아있는 신호등



초등학교 때 보이스카우트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멋진 옷에 스카프를 걸치고 모자도 근사했습니다. 부잣집 친구들이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들어간 곳은 이름도 생소한 ‘어린이 교통대’였습니다. 소품은 학교에서 받은 완장과 모자, 호루라기가 전부였습니다. 그래도 교통경찰 아저씨들이 오셔서 저희에게 학교 앞에서 교통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삼거리, 네거리에서도 실습했습니다. 어린이 교통대는 오래지 않아 사라졌습니다.

청년 때 일입니다. 교회로 가는 길에 예배당 앞 사거리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신호등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차들과 길을 건너려는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거리가 혼잡했습니다. 저는 교회로 들어가지 않고 사거리 가운데로 뛰어나갔습니다. 초등학교 때 배운 교통정리 기술이 발휘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누군가 호루라기를 가져다주었고 교통경찰이 올 때까지 사거리 교통을 정리했습니다. 저는 그때 살아있는 신호등이었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는 예수님 말씀을 잠시 실천한 것 같은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그 사거리는 인명 사고도 났던 위험한 곳이었거든요.

김성국 목사(미국 뉴욕 퀸즈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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