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륨(He)은 우주에서 수소 다음으로 많은 물질이다. 태양도 수소 73%와 헬륨 25%로 구성돼 있다. 태양의 무게가 2000요타t(10의 24승t)이니 헬륨도 어마어마하다. 지구 무게의 8만2500배에 해당하는 헬륨이 태양에 있다. 그런데 지구에서는 엄청 귀하다. 다른 원소와 친하지 못한 성격 때문이다. 수소는 산소와 결합해 물 분자를 이루지만 헬륨은 화학반응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단원자분자다. 그래서 가볍다. 가벼우니 움직임이 빨라 지구의 중력으로는 붙잡을 수 없다.

헬륨하면 목소리를 바꾸는 변성가스나 놀이공원 풍선을 생각한다. 하지만 헬륨은 희토류를 능가할 만큼 전략적 자원이다. 정상 압력이라면 섭씨 영하 273도인 절대영도(0K)에서도 액체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대체불가 냉각제로 쓰인다. 산소·수소는 각각 섭씨 영하 183·253도에서 끓는다. 그래서 우주선 액체 산소·수소 탱크의 압력을 조절하는 데 헬륨이 쓰인다. 누리호가 지난해 10월 위성 더미를 궤도에 올리지 못했던 것은 산소 탱크 안에 장착된 헬륨 탱크의 고정 장치가 풀렸기 때문이었다. 헬륨이 없다면 의료장비인 자기공명영상장치(MRI)나 초전도코일이 들어가는 첨단 실험장비도 무용지물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와 LCD 생산도 타격을 받는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미국이 헬륨을 전략물자로 분류해 철저히 통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6년 탄자니아에서 헬륨가스전이 발견돼 매장 헬륨 고갈 시점이 2055년으로 늦춰졌다. 최근에는 전체 공급량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그런데 이 귀한 헬륨이 달에는 지천에 깔려있다. 지구와 달리 대기가 없어 태양에서 날아오는 헬륨이 40억년 넘게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달에 있는 것은 인류의 미래 에너지를 책임질 핵융합발전의 원료인 헬륨-3다. 우리나라 첫 달 탐사선 ‘다누리’가 오는 8월 1일 발사된다. 이제 우주개발은 단순한 자존심 경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이 됐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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