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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코로나 완치됐는데… 집중력·기억력이 떨어진다면?

사진= 게티이미지
 
머리가 무겁고 답답할 때 목 뒤 중앙에서 양쪽으로 1.5㎝ 떨어진 두 지점(풍지혈)을 엄지나 검지로 지그시 눌러주면 좋다. 아래는 귀와 눈 사이 오목한 태양혈자리 지압 장면. 무기력증과 두통을 완화하고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된다. 자생한방병원 제공



 
실체 규명 안돼… 우울·식욕부진 동반
美 감염자 중 47%, 英은 69%가 경험
국내는 여성 중증 고령자가 많아
항암 치료후 케모 브레인과 유사
치료법은 없고 대부분 1년 내 호전
음식·생활습관 교정으로 증상 완화
지난 2월초 코로나19에 확진돼 재택 치료를 받은 김모(45)씨는 회복된 지금까지도 주간 내내 업무 집중이 잘 안되고 머리가 멍한 상태로 직장생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대 여성 A씨도 코로나 감염 후 한 달 정도 지나면서 집중력과 업무 능력의 급격한 저하와 함께 기억력이 이전만 못한 증상을 겪었다. 뇌MRI 등 영상검사에선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계속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두 사람은 최근 각각 정신건강의학과와 코로나후유증클리닉의 문을 두드렸다.

코로나 회복 후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되면서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브레인 포그(brain fog)’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브레인 포그는 특정 질환을 지칭하는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인지기능 장애의 주관적 경험을 묘사할 때 종종 쓰인다. 비슷한 개념의 의학 용어는 ‘정신적 피로(mental fatigue)’나 ‘뇌병증(encephalopathy)’이 있다.
 
‘정신적 피로’ 복합 증상 호소

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이준혁 교수는 16일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어려움을 느끼며 여러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고 평소보다 말실수가 많아지고 대화를 지속하기 어려운 증상들이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브레인 포그는 아직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으며 복합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기억력과 사고력,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로감이나 우울감, 식욕저하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세란병원 신경과 윤승재 과장은 “브레인 포그는 뇌혈류 장애, 과도한 스트레스, 수면 장애, 호르몬 변화에 의한 뇌신경의 미세 염증, 항우울제나 항히스타민제 같은 약물 복용 등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후유증으로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1000명의 미국 감염자 대상 연구에선 코로나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된 사람 중 47%에서 집중하기 어렵고 잘 잊어버리는 브레인 포그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740명 대상 또 다른 미국 연구에선 전체의 18%가 일처리 속도, 16%는 실행 기능, 23%는 기억 회상에 문제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연구에선 181명의 환자 중 69%가 브레인 포그를 겪었다고 했다.

국내에선 2020년 코로나 유행 초창기 부산 47번 환자인 부산대 기계공학과 박현 겸임 교수가 공개적으로 브레인 포그를 겪고 있다고 밝히면서 관심을 모았다. 국내 소규모 환자 대상 후유증 연구에선 집중력 장애가 22.4%, 인지기능 장애는 22.1%에서 보고됐다. 특히 고령, 여성이면서 질병의 중증도가 높았던 환자에서 신경학적 증상이 더 오래 지속되는 경향을 보였다.

브레인 포그의 발생 메커니즘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 연구에 의하면 코로나에 감염될 때 염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겪게 되고 뇌를 방어하는 중요 구조물인 ‘혈뇌 장벽(blood-brain barrier)’에 손상이 생겨 그로 인한 발작, 현기증 및 브레인 포그 등 신경학적 증상이 유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화여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영 교수는 “아울러 코로나 확진과 치료 과정이 스트레스 또는 정서적 외상(트라우마)으로 인식되면서 우울·불안해지면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은 최근 코로나 감염 뒤에 찾아오는 브레인 포그가 항암치료 후 겪는 뇌 상태(케모 브레인)와 유사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뇌의 면역 기능과 관련 있는 ‘미세아교세포’에서 비슷한 오작동을 하는 공통점이 코로나 감염자와 항암치료 환자에서 발견됐다. 독일 뤼베르크대 연구팀은 코로나로 숨진 환자의 뇌조직을 조사한 결과 미감염 사망자 보다 손상된 미세혈관의 양이 훨씬 많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김선영 교수는 “이런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뇌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브레인 포그 등 인지장애가 일어날 수 있고 심하면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뇌질환,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는 걸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감염이 진행되면서 유발된 염증 반응이나 미세혈관 손상이 뇌조직 내의 ‘인산화 타우 단백질’에 영향을 미치고 뇌 실질을 위축시켜 알츠하이머병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코로나를 겪은 후 50~60%에서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 전반이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5%는 지속적 외래 치료 필요

브레인 포그는 대부분 1년 안에 증상이 개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5% 정도에서 지속적인 외래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됐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신경과 박종무 교수는 “자연적으로 호전을 보이지 않는 브레인 포그 환자들 중에 특히 고령, 여성, 중증의 코로나 치료를 받은 경우엔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며 “치매로 진행되기 전부터 집중적인 관찰과 치료를 통해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코로나로 인한 브레인 포그나 인지장애에 특화된 치료법은 제시돼 있지 않다. 다만 장기간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검진을 통해 치매 위험 인자가 있거나 증상이 진행되는 것이 확인되면 인지기능이나 주의·집중력 개선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의정부을지대병원 신경과 김형지 교수는 “일반적인 경우는 자연적으로 호전되므로 증상 발생으로부터 1~2개월은 지켜보는 것도 방법”이라며 “몇몇 연구들에 따르면 길게는 8개월까지 지속되다가 호전되는 사례도 있는 만큼 치료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브레인 포그는 음식이나 생활습관 교정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건강하고 균형잡힌 식단, 충분한 수분 섭취, 7시간 이상의 질 좋은 수면, 스트레스 관리, 규칙적인 운동 및 바깥활동이 권고된다. 직장을 나가거나 업무를 수행중이라면 적절한 휴식시간의 확보, 취미생활을 통한 활력소 찾기, 금주·금연도 권장된다.

공진단 처방 같은 한방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 이형철 한방내과 전문의는 “공진단은 여러 연구논문을 통해 기억력 증진, 무기력 개선에 높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혈자리 지압도 해 볼 만하다. 예를 들어 귀와 눈 사이 오목한 부위(태양혈)를 엄지나 검지로 5초간 10회 정도 지그시 눌러주면 머리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두통과 피로를 해소하고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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