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코미디언·앵커·건축가·탈북민·의사… 톡톡 튀는 경력의 목회자들이 뛴다

그래픽=이영은, 게티이미지뱅크
 
형사 출신 표순열목사
 
화가·가수 박용숙 목사
 
건축가 출신 하형록 목사
 
기자출신 조정민 목사
 
코미디언출신 김정식목사
 
축구단 창단 이영무 목사
 
변호사 출신 심동섭 목사
 
탈북민 출신 강철호 목사


자신만의 독창적인 경험과 재능은 값진 자산(資産)이다. 어릴 때는 괴짜라는 소리를 들었던 이들도 나중에 사회에서 틀에 박히지 않은 훌륭한 인재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교계엔 독특한 이력을 가진 목회자들이 적지 않다. 전직 연예인이나 앵커, 프로듀서, 교수, 사업가, 경찰 출신 등 다양한 경험과 끼를 바탕으로 교회와 목회라는 새로운 터에서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충북 증평군 새벽교회 표순열 목사는 정보통 형사 출신이다. 경찰관으로 32년 근무한 표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계신)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경기 파주 교하새벽교회, 이천 덕평교회, 파주경찰서 경목위원회 간사 및 경목실장, 제주 사랑의교회를 담임했다. 그는 “경찰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교계 정보를 수집했다. 이런 활동이 이단·사이비 집단을 구별하고 교계 정치, 종교의 본질 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개척교회지만 하나님의 복음(Good News)을 전하는 일에 매진하기 위해 충청도에 왔다. 전원생활을 원하는 이들과 신앙공동체를 만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신학교 동기와 공동목회를 하는 김기배(아름다운서현교회) 목사는 방송인 출신이다. 김 목사는 MBC, SBS에서 카메라 감독과 프로듀서 등으로 30여 년 재직하다 SBS스포츠채널 제작사 티미디어웍스 대표를 끝으로 은퇴했다. 퇴직을 앞두고 백석대와 웨스트민스터신대원에서 목회학 석사(M.Div)를 마쳤다. CTS기독교TV 제작과 뉴스를 담당하는 자회사 CTSN 대표와 예술단장을 거쳐 현재 방송심의위원으로 섬기고 있다. 경희대 대학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은 ‘영상전공’ 분야 국내 1호 박사이기도 하다. 그는 후배양성에 힘을 쏟았다. 재능기부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영상제작 및 편집 강의를 열고 있다. 그의 꿈은 부르심을 받는 그날까지 어려운 교회를 찾아 섬기는 것이다.

충남 아산 예은교회 임헌준 목사는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한 불교 신자였다. 군종사관(군법사)시험에도 합격했다. 하지만 기독교 집안의 아내를 만나 기독교로 귀의한 뒤 호서대 대학원 신학과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신학 공부를 하며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고 부활의 주님 앞에 완전히 무릎을 꿇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교인 대부분은 절에 다녔던 사람들이다. 그 중엔 집에 불상이나 불화를 스스로 치우지 못해 임 목사가 대신 치워주기도 했다. 그는 기독교와 불교 비교학자로 크게 쓰임 받고 있다. 관련 서적도 여러 권 출간했다. 불교인 전도와 교회 정착을 위한 세미나를 인도한다.

화가이자 서예가, 찬양 가수인 박용숙(예명 우슬초) 주성농인교회 목사는 듣지 못하는 농인의 ‘신실한 대변인’이다. 각종 전시회, 찬양집회 등을 통해 받은 수익금과 사례비는 농인을 위해 사용한다. 이잡문화센터를 설립해 농인에게 무용과 그림을 가르치고 문화선교 활동을 함께한다. TV, 세미나 등에서 수어(手語) 통역을 맡고 있다. 목회철학은 ‘섬김 목회’다. 섬김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목적(마 20:28)이고, 기독교인의 사명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축설계회사 팀하스 회장 하형록 목사는 실용적이며 독창적인 디자인의 주차 빌딩을 설계한 주인공이다. 주차 빌딩은 볼품없고 단순한 육면체 건축물이라는 통념을 깬 것이다. 미국 언론은 그를 ‘파킹 설계의 혁명가’ ‘주차장에 디자인을 부여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이민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건축구조학을 전공하고 주차 빌딩 건축설계로 유명한 워커 사에 입사, 능력을 인정받으며 29세에 공동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34세에 바이러스 감염으로 심장병 판정을 받았고 두 번의 심장이식 수술을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새 삶을 얻은 뒤 성경을 통해 주님을 바라보고, 여생을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뜻을 세우고 자신의 집 차고에서 ‘팀하스’ 문을 열었다. 지역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를 건축하고 독립운동가 서재필 선생의 기념관 설립 사업을 비롯해 미국암협회와 심장협회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P31(성경대로 비즈니스 하기) 저자이기도 하다.

MBC 기자와 9시 뉴스 앵커 출신인 조정민(베이직교회) 목사는 인기 많은 설교자다. 유튜브 채널 ‘베이직교회’는 구독자가 11만 명이 넘는다. 미국 미시간주 고든콘웰신학대 목회학 석사를 마친 조 목사는 한국독립교회및선교단체연합회(KAICAM)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목회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조 목사는 안수 직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에게 세상의 뉴스 대신 하나님의 복음(Good News)을 전하는 일에 매우 강한 도전의식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는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께서 데려가시겠다면 기꺼이 따라가겠습니다. 만약 남겨 두신다면 그 이유를 분명히 알게 해 주십시오.”

연예인 출신 목회자도 줄을 잇고 있다. 가수 윤항기 장욱조 이종용 조하문 김종찬 최성욱 홍수철 목사, 개그맨 최형만 박병득 목사, 탤런트 임동진 이진우 목사 등이다.

코미디언 출신 김정식(경기 파주 예온교회) 목사는 장애인 전문 목회자다. 그는 KBS ‘웃음은 행복을 싣고’ ‘유머 1번지’ 등 유명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영화 ‘슈퍼 홍길동’ 밥풀떼기 형사 시리즈에서도 주연으로 활약했다. 그는 장애인의 자립심과 자존감을 위해 ‘예온공방’ 문을 열었다. 공방에서 십자가와 촛대, 명함꽂이, 책꽂이, 나무 스피커, 우드 버닝 제품 등 다양한 소품을 만든다. 그는 “장애인을 사랑하고, 목회 일이 행복하다. 그런데 웃기는 직업을 가졌던 탓에 색안경을 쓰고 보는 분들이 있다. 제가 감당할 몫이지만 편견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할렐루야축구단을 창단한 이영무 목사와 오석재(인도네시아) 선교사, 전 탁구 국가대표 선수 박이희(선교교회) 목사, 교수 최영준(경희대학교회) 서헌제(중앙대학교회) 목사, 법조인 심동섭(로고스 변호사) 이태희(뉴욕주 변호사) 목사, 의사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 목사, NH농협은행 지점장을 지낸 이병오(대한노인회 자문위원)목사, 농업정책보험금융원 투자운용본부장 정성봉(세계기독교직장선교연합회 지도) 목사 등도 각자 자리에서 목회자의 사명을 다하고 있다. 강철호(새터교회) 조은성(하나교회) 심주일(창조교회) 이빌립(열방샘교회) 목사 등은 대표적인 탈북민 출신 목회자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사회경험을 한 목회자가 많이 배출되면 한국교회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성직자의 역할과 사명, 소명의식 등을 강조했다.

김성중 장신대 교수는 “전문화된 시대에 성도의 눈높이에 맞추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며, 일터 현장 가운데 치열하게 살아가는 성도의 삶을 실제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한국교회연구원장은 “한마디로 과거를 묻지 말아야 한다. 자신만의 특수사역이 아니라면 기존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 선입견 등으로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고기를 구울 때 한쪽만 구우면 쉽게 타버리듯 인생 2막, 성직자의 역할과 품위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심만섭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은 “하나님께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을 불러 쓰시는 것은 누구라도 하나님께 쓰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을 부르시는 것은 그 분야 사람에게 복음전파의 유익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도는 이에 대해 거리감을 둘 필요는 없다. 다만 부르심을 받은 목회자는 과거 직업에 연연하지 말고 오직 복음전파 사명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영대 종교기획위원 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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