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황성주 (32) 어머니가 남긴 기적의 선물은 ‘소중한 믿음의 자산’

황성주 회장의 어머니 남연순 권사가 소천하기 9년 전인 2010년 5월 용인자연농원 화단 연분홍 철쭉 앞에서 온아한 미소를 짓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 모든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단어가 ‘어머니’이다. 2015년 어머니가 위독한 상황에서 몇 번이나 자녀들을 불러 모았다. 고통 가운데 계셨던 어머니의 부탁은 ‘빨리 데려가 달라고 기도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미국 하와이 코나 열방대학에 공부하러 가야 하는 상황이라 아주 난감했다. 그러다가 어머니께 감사의 편지를 쓰고 코나로 향했다. 어머니가 잘 볼 수 있도록 10가지 감사 제목을 만들어서 벽에 붙여놓았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어머니는 제게 선물입니다. 살아 계셔서 감사합니다. 오래 사셔서 계속 기도의 사명을 감당해주세요. 평생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랬다. 감사가 기적을 낳았다는 낭보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쓴 편지를 보고 건강이 완전히 회복됐다는 것이다. 병석에서 일어나 조금씩 걸어 다니더니 점점 좋아져 가끔 밖에도 나갈 정도로 건강을 되찾았다. 나중에 귀국해서 뵈니 육신의 회복은 물론 정신까지 맑아지고 특유의 기품을 회복하신 것이 너무 기뻤다. 아들의 감사를 통해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 즉 존재 이유를 발견하신 것이다. 이를 통해 감사의 충격적인 임상효과는 물론 ‘이중감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어머니로 인해 기존의 절대 감사에다 모든 만남에 감사하는 이중감사의 날개를 달게 됐다.

하지만 어머니도 가는 세월을 막을 순 없었다. 건강을 회복한 어머니는 2019년 초 92세로 천국에 입성하셨다. 발인예배를 통해 어머니의 삶을 회고하면서 갑자기 터진 나온 눈물과 오열로 조사가 엉망이 되었지만, 앞서 형님인 황학주 시인이 자신의 묘비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어머니를 만나고 간 사람’으로 기록해 달라며 ‘내가 너 때문에 다른 기도를 못 한다’는 어머니의 아픔과 애통해 하는 마음을 잘 전달해 가슴 뭉클하게 해 주었다. 어머니를 통해 하나님은 ‘은혜와 긍휼, 사랑과 헌신’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도록 엄청난 선물을 내게 주셨다.

어머니는 가셨지만, 기적의 선물을 남기셨다. 3명의 자녀, 9명의 손주, 10명의 증손을 남겼다. 어머니는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등 많은 은혜를 주셨다. ‘누구든지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마 12:50)라는 예수님의 선포를 소중히 여기게 되었고 새 계명으로 주신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에 따라 영적 가족인 ‘킹덤 패밀리’ 확장에 몰입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어머니가 주신 기적의 선물이다.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수만 가지 은혜를 입었음에도 한두 가지 또는 서너 가지 섭섭한 일로 감사하지 않을 때가 많다. 도스토옙스키가 말한 대로 ‘인간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감사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가정의 달, 사흘 후면 어버이날이다. “아, 나의 어머니 남연순 권사님! 당신의 헌신적인 사랑과 뜨거운 눈물의 강. 그것은 내가 물려받은 가장 소중한 믿음의 자산입니다.” 하지만 나에겐 어머니처럼 후손들에게 물려줄 사랑과 눈물이 없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어머니의 이름을 불러본다.

정리=윤중식 종교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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