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장애인에 대한 몰이해·혐오 이래서야… 이동권 이슈 멋대로 재단하는 ‘비장애인의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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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42회째를 맞은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들에게 그 어느 해보다 아픈 생일날로 기억됐을 겁니다. 지난해 12월 장애인 권리 예산을 요구하며 시작된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 시위는 ‘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시민들을 볼모로 한 과격한 방식’이란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한 유력 정치인이 이를 ‘비문명적 시위 방식’이라고 비판하며 논란은 정치권으로 확산됐고, 시위를 이끌던 단체 대표와 해당 정치인이 만나 TV 생방송 토론까지 펼쳤습니다. 하지만 상대와 다른 의견을 밝히며 논리적으로 싸우는 토론 특성상 생명권과도 같은 이동권을 호소하는 장애인의 절박함은 착한 시위와 나쁜 시위로 나뉘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시위 방식을 지적하는 논리 앞에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장애인을 향한 이해보다는 혐오가, 장애인의 의욕 고취보다는 좌절에 가까워지는 아이러니가 펼쳐졌습니다.

같은 시기 국민일보 취재팀은 수도권 내 주요 신학교들을 찾아 장애인 이동권 실태를 확인했습니다(2022년 4월 20일자 29면 참조). 캠퍼스 내 본관(강의동) 채플실 기숙사 학생회관 등 주요 건물을 둘러보며 체크리스트를 점검한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위해 마련해 둔 기준치에 턱없이 부족한 현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부 시설은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보도 이후 일각에선 안타까운 ‘이동권 실태’에 공감하기보다는 다른 얘기들이 쏟아졌습니다. 한 SNS에선 ‘전체 학생 수의 1%도 되지 않는 장애인 학생을 위해 예산을 들여 따로 공간을 배치하고 시설을 마련한 부분은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취재진이 조사한 ‘장애인 이동권 실태 체크리스트’ 결과를 두고 ‘보통이나 양호한 상태면 학교에서도 노력할 만큼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비장애인의 일방적 시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장애인의 일상에 제한을 주는 장애물이나 환경은 등급으로 나뉘어 있지 않습니다. 1%가 부족하든 99%가 부족하든 시설물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이는 장애인을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입니다. 취재하며 만난 한 지체장애인의 말이 가슴에 박혔습니다.

“급하게 볼일을 보러 화장실에 달려갔을 때 화장실이 청소 중이라면, 모든 변기가 수리 중이라면, 이유를 모른 채 화장실 문이 닫혀 있다면 사람들이 각각의 상황을 달리 생각할까요? 아니요. 그저 화장실을 못 쓰게 된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성경은 “부딪칠 것이나 거칠 것을 형제 앞에 두지 아니하도록 주의하라”(롬 14:13)고 말합니다. 우리가 힘써야 할 것은 논리와 효율의 극대화가 아니라 이미 눈앞에 놓인 장애물로 신음하는 이들의 절박한 외침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닐까요.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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