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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면역 떨어져 만성질환 호소… 롱 코비드 ‘표준치료법’ 시급

경기도 고양 덕양구 명지병원이 최근 신설한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을 찾은 사람들이 줄지어 접수를 기다리고 있다. 롱 코비드 등 각종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곳은 많지 않다. 명지병원 제공
 
서울 강남구 하나이비인후과병원에 개설된 코로나 회복 클리닉 앞에 병원 관계자가 서 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제공


전문치료센터 늘어나지만 태부족… 호흡기·신경계통 등 증상 200여개
비만·당뇨 있으면 장기간 지속… 발열·호흡곤란땐 폐렴 가능성 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재택 치료자가 급증하면서 격리 기간(최대 7일)이 끝났거나 회복 후에도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 설명할 수 없는 최소한 하나의 후유 증상이 3개월 이내에 생겨 2개월 이상 지속되는 이른바 ‘롱 코비드(Long Covid)’를 겪는 이들도 꽤 있다. 특히 롱 코비드 환자들은 면역체계가 파괴돼 다양한 만성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증후군’이라는 새로운 만성질환에 시급히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우리 정부도 코로나19 회복 후 후유증 추적 조사 및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감염됐다 회복된 이들이 전문적으로 치료받을 곳은 많지 않다.
 
새로운 만성질환 대비 필요

미국 영국 등은 코로나 초창기부터 후유증 관리에 열심이었다. 영국은 2020년 5월부터 정부 주도로 후유증 전문 치료센터를 전국에 설립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미국도 비슷한 시기에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 UC샌프란시스코병원 등 대형 의료기관을 시작으로 후유증 전문센터를 설치·운영해 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립중앙의료원 등 공공기관에 후유증 전담 치료 시스템을 마련하고 비용 지원 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메아리에 그쳤다.

그나마 최근 민간의료기관 중심으로 코로나19 후유증 전문 치료 클리닉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서울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은 지난달부터 ‘코로나 회복 클리닉’을 개설하고 강남구 보건소와 협력해 격리 해제 뒤 2주 이상 각종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내과 전문의가 전담하고 이비인후과, 신경과 전문의들이 협진해 다양한 증상에 대해 분야별 검사를 진행한 뒤 종합적인 진단과 처방이 이뤄진다. 클리닉 이영미(일반내과 전문의) 과장은 4일 “하루 20~40명 가량의 환자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명지병원도 지난달 21일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을 열었다. 호흡기내과와 신경과, 가정의학과를 주축으로 심장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등 여러 진료과가 참여해 다학제 진료와 치료를 진행한다. 센터장인 하은혜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 회복 환자들은 복합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치료 받으려면 이 과를 갔다가 저 과를 가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다”며 “통합적이고 다학제적으로 환자에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병원 측은 최근 방문 환자 증가로 클리닉 공간을 늘리고 당초 평일 오전만 있던 진료를 오후까지 확대키로 했다. 이밖에 대전 유성선병원도 최근 ‘포스트 코로나증후군 클리닉’을 개소했다. 공공기관으로는 유일하게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지난달 초 ‘롱 코비드 클리닉’ 신설 의지를 내비쳤지만, 정식 개소는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을 찾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롱 코비드 보다는 격리 해제 후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이영미 과장은 “격리 해제 직후나 1~2주 지나도 심한 기침과 발열, 가래, 가슴통증, 호흡곤란 등이 지속돼 오는 환자들이 90% 이상이고 간혹 재작년이나 작년에 코로나에 걸린 후 완치됐지만 피로감, 기침, 숨 가쁨 증상이 계속돼 오는 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이 지난달 3~29일 회복 클리닉을 찾은 289명 중 온라인 문진에 참여한 62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66% 가량(41명)이 3가지 이상 복합 증상을 호소했다. 기침·가래, 호흡곤란, 통증(두통 흉통 근육통 복통 인후통 귀통증), 피로감, 후·미각장애, 소화장애, 수면장애, 어지럼증, 집중력 저하, 식은땀, 설사, 구토, 기분 변화 등 다양했다. 병원 측은 289명 중 흉부X선이나 CT촬영을 통해 폐렴 등 심각한 증상이 발견된 15명을 집중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에 입원 의뢰했다.

명지병원이 클리닉 내원 환자 294명을 분석한 결과 연령대는 60대가 30%, 50대 22%, 40대 15% 순으로 많았고 70대 이상과 10대도 있었다. 격리 해제 뒤 클리닉 방문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6일이었으며, 최장 9.5개월(287일)이 지난 환자도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에서 후유증을 호소하지만 활동적인 20·30대가 더 힘들어했다. 평소 활동 반경이 넓어서 정상일 때와 후유증을 겪을 때 차이가 심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는 게 의료진 설명이다.
 
백신 미접종자 후유증 더 심해

해외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후유증은 비만, 당뇨병을 갖고 있거나 흡연자에게 더 오래, 그리고 강하게 지속되는 걸로 나타났다. 또 백신 미접종자는 2차 접종 혹은 3차 추가접종까지 마친 사람들에 비해 감염 후 후유증이 더 심했다.

격리 해제 후 발열, 호흡곤란을 겪는 환자들의 상당수는 폐렴 진행 가능성이 커서 흉부X선이나 CT검사를 꼭 받아봐야 한다. 격리 기간 중에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실제 폐CT를 찍어보면 하루 1~2명 정도 폐렴 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코로나19 폐렴은 세균성 폐렴과 다르다. 코로나 폐렴은 바이러스 특성상 여러 군데 생기고 뿌연 유리창 같은 폐렴이 CT상에 나타난다. 특히 경증의 코로나 폐렴은 흉부X선상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숨이 차거나 고열이 3일 이상 지속되면 폐CT까지 촬영하는 등 면밀한 건강체크가 필요하다. 아울러 입원 중 에크모(인공 심폐장치)나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던 사람들은 폐병변과 증상이 남아있을 수 있어 추적 관찰해야 한다.

하 교수는 “코로나 후유증은 현재 정해진 치료 지침이 없기 때문에 해당 과에서 증상에 맞게 경험적 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표준 치료법 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클리닉에 오면 간단한 피 검사부터 CT 촬영 및 추가 검사 필요 시 당일 타과 진료도 같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코로나19는 호흡기에만 감염되는 인플루엔자(독감)와 달리 호흡기뿐 아니라 위장관, 심혈관계, 피부, 신장, 뇌·신경계통 등의 세포를 공격해 염증을 일으킨다. 상당히 지속되는 후유증이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200여가지에 이른다. 최근 정부는 국내 코로나19 감염자 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했다. 국내에 연구가 거의 안돼 있는 롱 코비드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 조사와 함께 표준 진단·치료법 제시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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