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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라이프] 명품 의류·가방·시계 만든 브랜드, 커피·햄버거도 팔아요

명품 브랜드들의 식음료(F&B) 비즈니스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오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전 세계 4번째로 선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 구찌 제공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운영하는 ‘카페 디올’. 홈페이지 캡처


프랑스 브랜드 아페쎄(A.P.C)가 지난해 8월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세계 최초로 선보인 ‘카페 아페쎄’의 모습. 롯데백화점 제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겨울 정원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초록의 색감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내부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가구·인테리어 컬렉션인 ‘구찌 데코’ 패널과 벽지로 꾸며졌다. 시그니처 메뉴는 5만원 상당의 ‘에밀리아 버거’. 한국의 계절에서 영감을 받은 메뉴 ‘서울 가든’과 창의적인 이탈리아 요리 ‘아드리아 해의 여름’ 등도 맛볼 수 있다. 구찌는 오는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을 선보인다. 구찌를 입고 걸치는 데에서 나아가 먹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식음료(F&B) 비즈니스에 진출하고 있다. 패션을 의류나 가방 등에 한정짓지 않고 음식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브랜드 가치를 담은 메뉴, 인테리어 등으로 꾸며 브랜드를 오감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공간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구찌가 선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구찌 오스테리아 서울’은 서울 용산구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 가옥’ 6층에 둥지를 텄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오너인 셰프 마시모 보투라와 손을 잡았다. 2018년 1월 이탈리아 피렌체를 시작으로 2020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 긴자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다.

명품 브랜드가 식당을 낸다고 하자 소비자들 관심도 뜨겁다. 지난 16일부터 온라인 사전예약을 받았는데, 접수를 시작한 지 20여분 만에 한 달치 예약을 끝냈다. 메인 다이닝룸 28석과 테라스 36석, 프라이빗룸 8석으로 하루에 9타임 예약을 할 수 있다. 음식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2호점 베버리힐스에서 에밀리아 버거는 38달러, 디너코스는 150~330달러에 팔리고 있다.

지난달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플래그십 스토어 ‘타운하우스 한남’을 열었다. 1층은 시계 매장과 함께 카페, 2층은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레스토랑 ‘브라이틀링 키친’으로 구성했다. 레스토랑에선 유명셰프 김형규와 협업한 티본 스테이크, 파스타, 양파 수프 등을 맛볼 수 있다.

명품시계 브랜드의 ‘외출’은 처음이 아니다. 스위스 명품시계 브랜드 IWC는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남성 명품관에 전 세계 2호점인 카페 ‘빅 파일럿 바’를 선보였었다. 1호점은 2017년 스위스 제네바에 문을 연 칵테일바다. 인테리어부터 IWC의 대표 컬렉션인 ‘빅 파일럿 워치’를 테마로 삼았다. 10m의 긴 테이블을 전면에 배치하고, 디지털 요소를 접목한 테이블을 활용해 시계를 표현했다. 재활용 소재인 폐비닐과 폐유리를 사용한 가구, 굿즈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드러낸다. 메뉴도 서울 성수동 유명카페인 센터커피와 협업해 시계를 특징으로 한 디저트, IWC만의 시그니처 커피다.

명품 브랜드들의 F&B 진출은 디올에서 포문을 열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은 2015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단독매장 ‘하우스 오브 디올’ 5층에 ‘카페 디올’을 오픈했다. 패션 매장보다 카페가 더 화제를 모은 곳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1만9000원, 애프터눈 티 세트 12만원에 이르지만 ‘인증샷’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디올뿐만 아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지하에 ‘카페 마당’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접시와 찻잔이 에르메스 제품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반응은 뜨겁다. 청담동에서 셀린느, 끌로에 등 명품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2030세대에서 관광지를 찾듯 청담동 일대를 돌며 명품 매장을 방문하는 ‘도장 깨기’가 하나의 놀이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오늘은 셀린느 매장에 가서 가방을 사고, 다음 날은 디올 매장의 카페 디올에서 커피를 마신 뒤 바로 옆 루이비통 매장에 들러 그림을 감상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신명품’으로 꼽히는 프랑스 브랜드 메종키츠네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카페키츠네’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와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 매장이다. 갈게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얻자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도 열었다. 프랑스 브랜드 아페쎄(A.P.C)도 지난해 8월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세계 최초로 ‘카페 아페쎄’를 선보였다. 디자인은 아페쎄 매장을 설계해온 건축가 로랑 데루가 맡았다. 로고가 들어간 레터링 쿠키, 미니 로고 쿠키로 장식된 디저트 등을 내놓았다.

명품 브랜드들의 F&B 시장을 넘보는 건 소비자들의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소비자들은 명품 브랜드의 옷을 입고 가방을 걸치는 데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가치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기를 원한다. 명품 브랜드들의 상품이 패션에서 리빙, 가구 등으로 넓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이미 소비자들 관심사가 의복에서 식, 주 등의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옮겨갔다. 패션 브랜드들이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비즈니스 관점에서 무엇보다 유연성이 필요할 때다. 유행의 창출이라는 패션업 목적에 부합한다면 그 어떤 것도 패션 비즈니스의 영역에 포함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경쟁상대로 같은 콘텐츠플랫폼 디즈니 채널이 아닌 게임 포트나이트를 지목하는 것처럼 이제 패션도 스스로의 영역을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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