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미국 선교사들이 바라본 서울은…

1916년 감리교 신자인 박영효(사진 왼쪽 두 번째 흰옷에 안경쓴 이)와 그의 별장으로 추정되는 상춘원(현 종로구 숭인동)에서 당시 배재학당 신흥우(왼쪽) 학당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국 감리회 허버트 웰치(오른쪽 두 번째) 감독의 환영회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서울의 한 마을에서 대목장(大木匠)이 집을 짓고 돌담을 수리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그림과 글자가 함께 구성된 간판 제작에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는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1904년 9월부터 1913년 사이의 세브란스병원 전경.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인물 사진의 대가 사토 도미오는 사진을 잘 찍기 위해 필요한 기술로 ‘촬영자가 피사체를 좋아해야 한다’는 걸 꼽았다. 그러면서 피사체에 관심이 없고 애정도 느끼지 못한다면 메마른 감정이 사진에 그대로 나타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100년 전 한국에 온 미국 선교사들은 한국과 한국 사람이라는 피사체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을까. 그리고 100년 후 선교지에서 사역 중인 한국 선교사들은 이 사진을 어떻게 봤을까.

서울역사박물관이 지난 20일 발간한 학술총서 ‘100년 전 선교사, 서울을 기록하다’에는 1910~20년대 서울의 일상을 본 선교사들의 시선이 담겨 있다. 박물관은 2020년부터 미국 소재 서울학 자료 수집에 나서 뉴저지주 드류대 도서관이 소장한 ‘미국 연합감리교회 아카이브’에서 서울 사진 3200장 중 180장을 뽑았다. 드류대는 1867년 감리교 신학교로 설립된 명문 사립대다.

아카이브에는 미국 감리교 선교사들이 조선으로 건너와 사역하면서 찍은 사진들이 담겨 있었다. 박물관 측이 사진에 의미를 부여한 건 선교사들의 시선이다. 정지희 학예연구사는 “일제 때 엽서 등의 형태로 사진 자료가 있기는 한데 일본이 찍은 건 관광용이거나 식민사관을 대입시켜 풀이하는 홍보용 사진”이라며 “이에 반해 선교사들은 사람들의 삶 속에 가까이 다가가 풍경과 생활상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6개 주제엔 서울거리 풍경, 한양도성과 궁궐, 학교, 병원과 의학교, 일상생활과 함께 교회가 따로 분류돼 있다. 교회 사진엔 상동교회, 동대문교회, 광희문교회, 중앙교회의 전신인 종로교회의 당시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상의 사진에는 미국 선교사들이 한국에서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사역을 펼쳤는지도 엿볼 수 있다. 병원이나 학교는 당시 미국 선교사들이 펼친 주요 선교 사역을 보여준다.

박물관 측은 미국에서 자료를 수집하면서 미국 현지 신학대 조사를 해야 하는 만큼 한국교회의 협조도 요청했다. 연구 책임자로 참여한 김인수 대구교육대 사회과 교수는 “선교사들은 한국이라는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면서 “서울시와 박물관이 장기 계획을 갖고 자료를 찾고 있는데 미국 내 신학교의 아카이브를 찾아볼 계획이다. 한국교회의 도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사역 중인 한국인 선교사들도 이번 총서 발간을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파라과이 배안호 선교사는 “일반 여행객이 보는 관점과 선교사의 시선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서 “사진 기술은 없지만 사진 찍기를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태국 오영철 선교사도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제가 찍은 사진이 역사적 사료가 될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며 “카렌족 저널리스트에게도 도전을 주는 계기가 될 듯하다”고 전했다. 오 선교사는 태국과 미얀마 국경에서 군부 쿠데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얀마 난민을 돕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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