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따뜻함을 배운 날



‘새벽송’을 기억하십니까. 새벽송은 성탄절 전날 몇몇 교우가 천사들이 예수님의 탄생을 전했던 것처럼 가가호호 방문해 성탄의 기쁨을 전하는 풍습입니다. 충남 서천, 고향 마을의 한 가정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 가정은 교회에서 가장 먼 곳, 산골 모퉁이에 있는 외딴집이었습니다. 늘 마지막 차례였던 그 댁에 이를 때가 되면 추운 겨울밤 먼 길을 걸었던 교우들의 손과 발은 꽁꽁 얼어붙어 버립니다. 그런데 그 댁에 이르면 홀로 사시던 권사님이 버선발로 나오셔서 새벽송 대원들을 맞이하셨습니다. 그러고는 따뜻한 방으로 맞아들이고 깔아 놓은 이불 섶에 손을 넣게 하시고 화롯불에 구운 고구마와 밤, 따뜻한 대추차로 대접하셨습니다.

저는 권사님께 따뜻함을 배웠습니다. 오늘 이 시대가 이렇게 고단한 건 산모퉁이에 사셨던 권사님의 손길 같은 따뜻함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 손길이 그리워지는 시대입니다.

조주희 목사(성암교회)

△장신대 겸임교수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공동대표 △성암교회 위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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