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까지 마수 뻗는 신천지… BBC도 우려

영국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제스씨가 최근 BBC방송에서 신천지로부터 받았던 피해에 대해 말하고 있다. BBC코리아 영상 캡처


“어마어마한 거짓말과 완벽한 정신 조종이었죠.”

영국의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제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 개신교계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가 국내보다 이단 정보가 부족한 해외 현지인을 상대로 위장 포교에 나서며 사람들을 미혹하고 있다.

BBC는 최근 신천지에 빠졌다가 회심한 제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신천지가 영국에서 교세를 확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제스의 삶은 신천지 포교원을 만나며 완전히 달라졌다. 대학 캠퍼스를 거닐던 그에게 다가온 신도 두 명은 제스를 ‘하나님과의 커피 모임’에 초대했다. 당시 아버지를 잃고 슬픔에 빠져 있던 제스는 매주 그들과 함께 성경공부를 했고, 결국 학업까지 내팽개친 채 포교 활동에 집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스는 그들이 신천지인 줄 몰랐다. 인터넷 검색조차 하지 못하게 막았기 때문이다.

제스는 “포교 과정에는 ‘친구 시스템’이 활용된다”며 “그들은 내가 제대로 교리에 빠져들었는지 지속해서 감시하는 등 일거수일투족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스는 지난해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전한 현지 뉴스 보도를 통해 신천지가 한국의 이단 단체라는 사실을 접하곤 놀랐다. 이후 제스는 지인의 도움으로 신천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제스는 인터뷰에서 “지금은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며 “다른 이들도 신천지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내 이야기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 듀브로 마샬 살포드대 심리학과 교수도 해당 방송에서 “신천지 전도 방식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며 “사랑하는 이들과 연을 끊었거나 일자리와 생활까지 내던진 사례가 무수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천지 측은 BBC에 “어떠한 심리적 지배나 조종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성경공부를 시작하며 교회 이름을 알리고, 많은 시간을 교회에 할애하는 걸 강요하지 않는다. 대학공부를 소홀히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종교(소장 탁지원)에 따르면 신천지는 영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체코 등지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공개된 신천지 내부 자료에도 신천지는 유럽에서만 13개 지교회를 운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016년 신천지를 향한 우려를 나타냈다. 텔레그래프는 “자선단체로 등록된 ‘파라크리스토(Parachristo)’가 런던 도크랜드 지역 보톡스 시술 클리닉과 개인 회사 등에서 비밀리에 성경공부 과정을 운영한다”며 “한국에서 하나님의 대변인이라 주장하는 이만희 교주의 신천지와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천지가 해외 포교에 집중하는 이유는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이단 정보가 부족한 현지 상황 때문이다. 부산성시화운동본부 이단상담실장 권남궤(부산이음교회) 목사는 “국내 포교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해외 교민 사회도 신천지에 대한 소문이 퍼져 포교가 어려워졌다”며 “현지 교회나 선교사들은 두루뭉술하게 대처하기보다 이단들의 포교 수법과 교리를 자세히 알고 분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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