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건너온 ‘인생의 징검다리’는 어떤가요





누구에게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딱 한 번만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반면 ‘그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겠지요. 그때로 돌아가면 그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지난날의 일은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가 현재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바꿀 수 있습니다. 과거의 사건은 되돌릴 수 없지만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기 때문이지요.

그 힘은 지난 시간을 해석하는 관점에서 나옵니다.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집니다. 유안진 시인은 ‘살아온 세월이 아름다워’란 시에 걸어온 길에는 소중한 이야깃거리가 있어 살아온 세월이 아름다웠다고 노래합니다. “살아온 세월은 아름다웠다고/ 비로소 가만가만 끄덕이고 싶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았으나/ 걸어온 길에는/ 그립게 찍혀진 발자국들도 소중하고/ 영원한 느낌표가 되어주는 사람과/ 얘깃거리도 있었노라고.”

우리에게도 세월이 남긴 발자국이 있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물살이 잔잔한 시냇가 앞에 서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시냇가에는 듬성듬성 돌덩이들이 놓여 있습니다. 우린 그 인생의 돌덩이들을 딛고 세월을 건넜습니다. 어떤 돌덩이는 적당한 크기에 안정적이어서 편안히 건넜고, 어떤 돌덩이는 뾰족하고 불안정해 두려워하며 건넜습니다. 그 돌덩이들은 우리가 인생 항로에서 만난 징검다리입니다. 징검다리는 한 개인의 인생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입니다. 즉 인생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무의식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사건을 말합니다.

‘징검다리 글쓰기’를 위해 징검다리 목록을 써보길 제안합니다. 현재 여러분의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을 선택하기 위해서입니다. 방법은 다양합니다. 연대기적으로 목록화할 수 있고 무작위순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내 삶을 돌아보며 떠오르는 장면들을 기록하십시오. 그리고 당시 나이와 주요 공간, 관련 인물을 쓰십시오. 그때 감정 상황을 기억나는 대로 구체적으로 묘사한 후 당시의 자신에게 말을 걸어 보십시오. 짧은 문장 속에 수년에 걸쳐 만들어진 기억들이 소장될 것입니다.

또 감정(마음), 사고(정신), 직관(영혼), 감각(육체)의 렌즈를 끼고 삶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정의 렌즈로 인생을 바라본다면 사랑받고 돌봄을 받았던 기억, 누군가 떠나서 슬펐던 기억,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혼란스러웠던 기억, 다시 회복되고 도전해 성취했던 기억 등의 목록을 쓰십시오. 사고의 렌즈로 인생을 바라본다면 책임감이란 단어를 배웠던 사건, 삶의 우선순위를 깨닫게해준 사건 등의 목록을 쓰십시오.

인생을 아우르는 글쓰기를 통해 운명을 형성한 사건들과 순간을 다시금 포착할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을 회상하면서 불완전하게 남겨진 교훈들에서 아직 배워야 할 것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오래된 상처들이 치료받아야 할 시기임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징검다리 글쓰기를 하면 한눈에 인생의 흐름을 볼 수 있고 자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어떤 부분을 알 수 있습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우리는 그 인생의 징검다리를 건너왔습니다. 그리고 계속 새로운 징검다리를 건너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 기도할 때 되도록 그 일이 곧바로 성취되거나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이뤄지길 바랍니다. 또는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고 소명대로 그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제자리를 걷는다고 생각될 때도 있고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의 뜻이 아닌가?” “나는 분명히 하나님의 뜻대로 순종했는데 왜 나를 망하게 하실까?” “하나님은 왜 구하는 것을 한 번에 주시지 않을까”라고 원망하게 됩니다.

우리가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 먼저 할 일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실수한 자신을 비난하고 책망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상처보다 자신이 헤집고 쑤시는 상처가 더 크고 깊습니다. “지금까지 잘해 왔잖아” “이번엔 못했지만 다시 도전해야지”라며 스스로 격려하면 용기가 생깁니다.

글쓰기를 돕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하며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십시오. 출생에서부터 현재까지 내 인생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느껴보세요. 내가 말하고 싶은 사건들도 떠오를 것입니다. 이것들이 내 인생의 징검다리들입니다. 심호흡하고 인생의 징검다리 목록을 쓰기 시작하십시오. 1~6번 목록을 다 쓴 후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형으로 써 내려가십시오.

1. 정서적 성장에 영향을 준 사건
2. 대인관계에 변화를 준 사건
3. 가치관 변화에 영향을 준 사건
4.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사건
5. 성취한 것 중 가장 의미 있는 것
6. 자신의 신앙생활에 영향을 준 사건

글·사진=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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