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많은 요즘 복잡한 두뇌를 쉬게 하자

픽사베이




뇌과학에 따르면 두뇌는 휴식을 좋아합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있을 때, 두뇌는 어느 때보다 더 ‘활발히’ 움직인다고 합니다. 휴식할 때 두뇌는 생각을 정리하고 결합하며, 각 영역을 연결합니다. 감정의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며, 창조성을 발휘합니다. 창조적인 과업을 위해 두뇌를 쉬게 해주는 것이 더 지혜로울 것 같습니다.

2001년 미국 워싱턴대학 마커스 라이클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란 개념을 발견했습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할 때’ 뇌가 활성화된다는 독특한 개념입니다. 예를 들면 잔디밭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거나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때처럼 마음이 자유롭게 배회할 때 DMN이 활성화된다는 것이지요. 이곳은 문제를 해결하고 최상의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마음의 영역이 됩니다. 자신을 평가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글쓰기에도 두뇌를 쉬게 하는 ‘의식의 흐름 글쓰기’가 있습니다.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문장을 평가하지 않으며, 떠오르는 대로 계속 써 내려 가는 글쓰기입니다.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은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1890년대에 처음 사용한 심리학의 개념이며 글쓰기 유형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정신 속에 끊임없이 변하고 이어지는 주관적인 생각과 감각, 특히 주석 없이 설명해 나가는 문학적 기법으로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에 자주 사용됐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이상의 ‘날개’,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등이 있습니다. 작품들은 특별한 줄거리 없이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생각에 잠기는 것, 글쎄, 생각에 잠기는 것도 아니었다. 말없이 있는 것, 홀로 있는 것, 모든 존재와 행위가 팽창하면서 반짝이고 시끌벅적하다가 흘러져 버린다.”(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중)

글쓰기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문장을 쓰면서 동시에 문장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일정한 인과 관계에 따라 조합할까를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의식의 흐름 글쓰기는 생각과 느낌이 떠오를 때 그저 그것들을 종이 위에 그대로 써 내려 가면 됩니다. 글이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규칙은 스스로 검열하려고 하지 말고 쉬지 말고 계속해서 쓰는 것입니다. 철자, 문법, 문장구조에 대한 걱정은 버리십시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써 내려 갑니다. 비록 마음 내키는 대로 적은 결과물이지만 가공하면 하나의 주제가 있는 훌륭한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의식의 흐름 글쓰기는 마음속 자동감지기(판단하고 평가하는 자기 검열)를 작동하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치료에서는 어떤 것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이 글쓰기가 유용합니다. 이 글쓰기는 의식적 사고과정을 흩트려서 유연하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를 통해 개인적이고 영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의식의 흐름 글쓰기는 일상생활에도 효과가 입증됐습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많을 때, 이런저런 생각이 너무 많을 때 도움이 됩니다. 특히 불면증에 효과가 있습니다. 잠이 안 오면 종이 한 장을 꺼내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 가십시오. 그러면 신기하게도 꿀 같은 잠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럴 때 연애까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파라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공할 상식의 병이오.”

의식의 흐름 글쓰기의 사례로 꼽히는 이상의 단편소설 ‘날개’의 도입부입니다. ‘의식의 흐름 글쓰기’는 정서적 분출뿐만 아니라 정서적 자각 통찰 그리고 문학적인 실력 향상을 위해 오래 전부터 사용됐습니다.

의식의 흐름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맑게 하고 호흡을 가다듬고 잠시 묵상하길 권합니다. 이 글쓰기는 여러 저항형태로 나타나는 방어벽을 허물고, 숨기고 싶거나 대면하기 힘들었던 과거의 기억과 마주할 기회를 줍니다. 자신에 대한 통찰력을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먼저 타이머를 10분에 맞춰주십시오. 10분 동안 의식의 흐름 글쓰기를 시도해보십시오. 글을 쓰는 동안 그저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따라가십시오. 그냥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검열이나 검토 없이 글을 쓰십시오. 아무 문장이나 쓰십시오. 각각의 문장은 인과 관계가 없어도 됩니다. 10분 동안 멈추지 말고 아주 빠르게 많이 쓰는 게 중요합니다. 형식이나 규칙은 무시하십시오.

의식의 흐름 글쓰기는 자기 비난의 장벽을 넘어서게 해 숨겨진 무의식과 만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한 채 글쓴이의 손이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다 쓴 후 읽어보십시오. 당신이 인식하지 못하거나 회피하고 있는 주제를 꿈속에서처럼 어렴풋이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지현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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