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상농 중농 하농



농촌에서 목회할 때 늘 마음에 뒀던 우리 옛말이 있습니다. “상농은 땅을 가꾸고, 중농은 곡식을 가꾸고, 하농은 잡초를 가꾼다”는 말입니다. 마을 사람들을 이해할 겸 손바닥만 한 농사를 지으며 그 말을 실감하곤 했습니다. 잠깐 방심하면 밭에 호랑이가 살 만큼 풀이 자라 오르니 잡초와 씨름하다 지치기 일쑤인 저는 영락없는 하농이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마음을 크게 붙잡았던 말이 상농입니다. 많은 곡식을 거두는 사람을 가장 좋은 농부인 상농이라 부를 것 같았는데 아니었습니다. 뜻밖에도 상농은 땅을 가꾸는 사람이라 말하고 있으니까요.

믿음도 목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마음을 빼앗겨 지치는 것은 하농입니다. 교회를 크게 성장시키는 것이 상농 아닐까 싶은데 아니었습니다. 중농일 뿐입니다. 땅을 가꾸는 사람이 상농이니까요. 누군가가 그곳에 있어 그 땅이 기름진 땅이 되게 하는, 우리가 꿈꿔야 할 것은 상농입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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