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유동부 (12) 카페 한쪽서 만든 ‘건강한 빵’ 날개 돋친 듯 팔려

유동부 대표 가족사진. 아들인 태정씨가 해병대에서 군 복무하던 시절 잠시 휴가 나왔을 때 찍었다. 이때만 해도 유 대표는 아들 태정이에게 암이 발생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김성로 춘천한마음교회 목사님께서 내게 말씀하신 “너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란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기쁘게 해 주고 싶다고. 이렇게 쫄딱 망해 거지처럼 폐인이 된 나를 기쁘게 해 주고 싶다고.’

하지만 점점 곱씹어볼수록 하나님의 사랑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말씀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김 목사님의 그 말은 시간이 흘러 현재 유동부치아바타의 사훈이 됐다.

그렇게 춘천한마음교회 생활관에서 지낸 지 3개월쯤 지났을 때였다. 당시 춘천교육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던 한 교회 자매가 자신의 가게 한쪽에 1.2m짜리 테이블과 냉장고 윗칸을 내어줄 테니 빵을 한 번 다시 만들어서 팔아 보라고 제안했다. 다시금 빵과의 운명이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숱한 실패로 빵이라면 보기 싫을 법도 했지만, 그렇다고 대안도 딱히 없었다.

당시 방사선 치료 중이었던 아들 태정이는 면역기관인 흉선을 제거해서인지 화학첨가물이 들어간 것을 먹으면 온몸이 가려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난 이왕 빵을 만들 거면 그런 태정이가 먹어도 되는 건강한 빵을 만들고 싶었다. 빵을 만들 때 농약이나 항생제가 들어간 원재료는 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반죽에 버터, 설탕, 우유, 계란을 넣지 않는 치아바타 빵을 알게 됐다.

유기농 밀가루에 물과 소금, 천연효모, 올리브유가 주원료가 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저온 숙성시킨 반죽을 사용해서 만든 빵이 세상에 나왔다. 2014년 6월 19일 처음 내 손으로 만든 플레인 치아바타다. 햄버거와 콜라를 먹은 지 3분도 안 돼 온몸을 긁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기 몸을 치던 태정이는 내가 만든 빵을 먹고는 몸을 긁지 않았다.

그렇게 팔기 시작한 치아바타 빵은 알레르기,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피부질환, 변비, 면역력 저하, 소화불량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먹어도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점점 인근으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지역방송국에서 취재가 나왔고, 급기야 2016년 10월 KBS 프로그램 ‘아침마당’까지 출연하게 됐다. 공중파 방송에 나가게 되면서 전국에서 6개월 치의 주문이 들어왔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분량이었다. 춘천한마음교회 부목사님과 청년들이 자기 일처럼 달라붙어 사업을 도왔다. 교회도 춘천 외곽의 한 산 밑에 작고 아담한 59㎡(약 18평)짜리 공장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 외딴곳까지 전국에서 정말 많은 분이 찾아오셨다.

2016년 11월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빵’이란 기치와 함께 내 이름을 전면에 내건 ‘유동부치아바타’란 내 인생 8번째 사업이 시작됐다. 11개월 후인 2017년 9월 현재의 자리에 자리를 잡은 뒤 지금도 여전히 아들이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빵을 만들겠단 다짐이 담긴 빵을 전국으로 배송하고 있다.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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