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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적 김범석, 쿠팡 ‘총수’ 지정 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쿠팡을 ‘총수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했다(국민일보 4월 7일자 16면 참조). 쿠팡은 자산 5조원이 넘어 대기업 관련 규제를 받게되지만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했다. 공정위는 이와함께 현대차와 효성의 동일인 변경 신청도 받아들여 정몽구 명예회장 대신 정의선 회장을, 조석래 명예회장 뒤를 이어 조현준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 기준으로 기업집단의 총자산이 5조원이 넘으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다. 또 총수 일가에 대한 주식소유현황 등 각종 공시 의무가 부여된다.

쿠팡은 2019년말 기준 자산이 3조1000억원이었지만 1년 새 전국에 100개가 넘는 물류센터 부지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5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공정위는 기업의 실질적 지배자를 뜻하는 동일인을 지정한다. 쿠팡의 실질적 오너는 창업자 김 의장이다. 그는 쿠팡 10.2%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차등의결권을 적용할 경우 76.7%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김 의장이 쿠팡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인정하면서도 그를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공정위 김재신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행 대기업 규제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 총수를 규제하기에 미비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김 의장을 동일인에서 배제하는 것은 ‘검은머리 외국인’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보기술(IT) 대기업 관계자는 “의결권을 70%이상 가진 개인이 동일인이 아니면, 앞으로 누구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공정위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지난 21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주재 전원회의 토의안건으로 올려 이 사안을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백신스와프 논의 등 중대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자극해선 안된다는 정무적 판단이 끼어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공정위는 현대차와 효성의 동일인 변경 요청을 받아들였다. 공정위는 그동안 대한항공 등 창업주가 사망했을 경우에만 동일인을 바꿔주던 관례에서 탈피, 두 기업의 요청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두 그룹의 2세 경영인에게 실질적 지배력이 불가역적으로 전이된 것으로 봤다.

공정위는 이번 쿠팡 논란을 계기로 동일인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동일인의 정의나 요건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제도의 투명성이나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정위는 당장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해 규제할 경우 집행가능성 및 실효성 등에서 문제되는 측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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