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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에 ‘타라’ 쫙 깔겠다” 김봉현 호언 뒤 200억 증발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스타모빌리티 건물 전경. 연합뉴스


“서울에 ‘타다’ 같은 걸 쫙 깔겠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배후로 꼽히는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해 주변 인사들에게 이렇게 호언장담을 했다. 하지만 그가 스타모빌리티를 통해 추진한 모빌리티(이동수단) 사업은 렌터카 업체 인수가 결렬되며 무산됐다. 라임의 투자 자금 200억여원도 스타모빌리티에서 빠져나가 버렸다.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당시의 계약 과정과 자금의 행방 등을 살펴보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코스닥 상장사 인터불스는 지난해 7월 사명을 스타모빌리티로 변경했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재직 중이던 금융감독원 김모 팀장의 동생이 같은 시기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김 전 회장은 제주스타렌탈과 자회사들을 인수해 모빌리티 사업을 하려 했다. 그는 제주스타렌탈 대표 장모씨를 두고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라고 주변에 소개했다. 제주스타렌탈은 지난해 7월 차량과 기사 호출을 결합한 새 서비스를 ‘끌리면 타라’라는 이름으로 출범시켰다. 기존 렌터카 사업과 차별화를 하겠다는 취지였고 ‘제주판 타다’로 눈길을 끌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렌터카 업체 10여개를 인수할 것”이라며 “사업을 키워 서울에서 ‘타다’랑 승부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스타모빌리티는 지난해 12월 제주스타렌탈을 최종 인수하는 계약을 추진했다. 계약금으로 전체 계약 225억원의 약 90%인 200억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결국 계약은 무산됐다. 스타모빌리티는 라임이 투자했던 200억원을 계약금으로 날리게 됐고, 이후 김 전 회장 등을 횡령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라임 사태의 피해자들은 처음부터 스타모빌리티의 돈을 빼가기 위한 계약이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이 당시 제주스타렌탈 인수 과정에서 장씨와 사이가 틀어졌다는 증언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이 실소유한 회사의 한 관계자는 “계약 당시 장씨가 끝까지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전 회장과 장씨가 엄청난 갈등을 빚었었다”고 설명했다.

장씨가 계약을 최종적으로 진행하지 않은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장씨는 계약 결렬 이후 스타모빌리티가 “계약금을 돌려 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내자 “내게 직접적 책임이 있는 건 6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라임의 투자 자금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어떤 식으로 흘러 들어갔는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는 장씨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김 전 회장이 모빌리티 사업에 실제 뜻이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인터불스를 인수한 후 2018년쯤에는 “바이오 사업에 진출하겠다”며 언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기존 주력 사업이던 전자부품설비 제조업과는 거리가 있는 사업이다. 이후 인터불스의 주가는 널뛰기를 거듭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형적인 기업 사냥꾼의 행태”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개미 투자자들만 당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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