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4승, 가을무대 턱걸이팀의 기적

워싱턴 내셔널스 선수들이 3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6대 2로 승리하고 우승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경기가 끝난 뒤 워싱턴 D.C. 인근에서 많은 팬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한 여성이 목마를 타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워싱턴 내셔널스가 적지에서만 4승을 거두며 창단 후 처음 월드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워싱턴은 31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6대 2로 승리하고 전신 몬트리올 엑스포스 창단(1969년) 뒤 처음 우승을 차지했다. 한 팀이 원정에서 4연승으로 우승한 것은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이다.

이날 워싱턴과 휴스턴은 각각 맥스 슈어저, 잭 그레인키라는 사이영상 수상자를 선발로 내세우며 총력전을 선포했다. 갑작스러운 목 통증으로 5차전 등판이 취소됐던 슈어저는 2회말 율리에스키 구리엘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첫 실점했다. 5회에는 카를로스 코레아의 적시타로 팀이 0-2로 뒤처졌다.

6이닝 동안 워싱턴 타선을 꽁꽁 묶은 그레인키가 7회 1사 앤서니 렌던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뒤 경기가 요동쳤다. 워싱턴은 후안 소토의 볼넷 뒤 하위 켄드릭이 바뀐 투수 윌 해리스에게 투런 홈런을 쳐 3-2로 단숨에 점수를 뒤집었다. 워싱턴은 8·9회 각각 1점과 2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워싱턴이 우승하기까지의 여정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다. 워싱턴은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를 떠나보낸 뒤 뚜렷한 타선 보강을 하지 못해 가을 무대 진출 가능성이 불투명했다. 실제 워싱턴은 시즌 개막 후 50경기까지 19승 31패라는 극도의 부진을 나타냈다. 하지만 중·후반 이후 반격에 나서며 힘겹게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진출에 성공했다.

밀워키 브루어스를 누르고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 진출했지만 상대는 강력한 우승후보 LA 다저스였다.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고 팀 역사상 최다승(106승)을 기록한 다저스를 넘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워싱턴은 모두의 예상을 비웃듯 5차전 혈투 끝에 다저스를 꺾었다. 이어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4전 전승으로 무너뜨렸다.

월드시리즈에서도 워싱턴은 언더독으로 취급받았다. 상대 휴스턴은 올 시즌 최다 승률(107승 55패, 0.660)팀이었고 투타 조화가 완벽에 가깝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첫 두 경기에서 사이영상 후보군인 게릿 콜, 저스틴 벌랜더의 원투 펀치를 누르는 개가를 올렸다.

홈 3연전에서 축배를 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전패의 굴욕을 맛봤다. 6~7차전을 기세가 오른 휴스턴 홈구장에서 치러야하는 점도 악재였다. 그럼에도 워싱턴은 포기하지 않았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의 호투로 6차전을 잡은 워싱턴은 7차전에서 대역전승으로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워싱턴의 힘은 확실한 원투 펀치의 존재와 타선의 조화에서 나왔다. 슈어저와 스트라스버그는 올 가을무대에서 각각 3승 무패, 5승 무패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팀의 중심을 잡았다. 특히 휴스턴 원투 펀치와의 맞대결 승리는 선수들의 사기를 높였다. 이번 시리즈 2승,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한 스트라스버그는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꼽혔다.

노장과 신예가 어우러진 타선의 응집력도 인상적이었다. 렌던(29)과 소토(21)가 각각 8타점과 7타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노장 켄드릭(36)은 다저스와의 NLDS 최종전(만루홈런)과 월드시리즈 7차전 등 중요한 경기서 결정적 홈런을 날렸다.

데이브 마르티네즈 워싱턴 감독은 “우리는 싸움을 계속했고, 결국 싸움에서 이겼다”고 시리즈를 요약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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