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깜깜이 평양전’ 이어 부산전 보이콧… 사전 기획 있었나

파울루 벤투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킥오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수 EAFF 사무총장,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벤투 감독, 콜린 벨 여자 축구대표팀 감독. 김지훈 기자


‘깜깜이 평양전’에 이어 ‘부산전 보이콧’으로 이어진 남북 축구의 연이은 파행은 이미 5개월 전부터 전조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평양전 해프닝이 단발성 사안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용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사무총장은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E-1 챔피언십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여자부 경기 불참에 대해 설명했다. 북한 여자 축구대표팀은 12월 부산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로 상위 2개국에 주어지는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지난달 별다른 이유 없이 불참을 통보했다.

박 사무총장은 “EAFF 사무국이 5월 20일 회원국에 참가 의향서 제출을 요청했지만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메일 등 여러 채널로 북한과 접촉해 출전 의사를 타진했는데 지난달 중순에 북한축구협회로부터 불참 의사를 밝힌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즉 올 대회 회장국인 한국의 출전 종용을 4개월이나 외면하다가 대회 한 달여 전에서야 불참을 통보한 것이다.

EAFF는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남북전이 열린 지난 15일 평양에서 북한축구협회와 접촉해 E-1 챔피언십 여자부 출전을 종용했지만 끝내 수락을 끌어내지 못했다고 박 사무총장은 덧붙였다.

북한축구협회는 지난 8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 남북전을 치르겠다고 통보했으면서도 무관중·무중계 속에서 ‘깜깜이 경기’를 펼친 바 있다. 평양전에 이어 이번 ‘부산전 보이콧’까지 터짐에 따라 북한이 남한 축구를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홀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사무총장은 “남북관계, 정치적 문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북한이 참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다”면서도 “그래도 국제대회이고 해서 참가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불참 사유를 여러 차례 물었지만 북한은 답하지 않았다. 공문에 ‘참가할 의향이 없다’고만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축구협회 징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EAFF 집행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복합적인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생각된다. 제재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대회를 소개하고 남녀 대표팀 감독의 각오를 듣는 자리였지만 정작 관심사는 북한의 불참으로 모아졌다. 한국 여자 대표팀의 신임 사령탑인 콜린 벨 감독은 “북한에 대해 정치적으로 언급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참가할 팀에 더 집중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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