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난관, 문재인씨 역사관 탓”… KBS ‘시사직격’ 논란

지난 25일 방송된 KBS 1TV ‘시사 직격’에서 구보타 루리코 산케이신문 해설위원이 “한일관계가 어려움에 봉착한 원인은 문재인씨의 역사관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KBS 화면 캡처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 직격’이 일본의 주장과 시각이 지나치게 강조된 방송을 내보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지난 25일 방영된 ‘한일관계, 인식과 이해 2부작 - 2편 한일 특파원의 대화’편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폐지는 물론 시청료 거부 운동까지 벌여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지난 4일 첫 방송된 ‘시사 직격’은 KBS 간판 ‘추적 60분’이 폐지된 후 신설된 프로그램이다.

‘시사 직격’은 한일관계를 깊이 이야기해보자며 일본 도쿄 신오쿠보의 한 술집에서 한일 특파원들이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내용을 방영했다. 자리에는 일본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한 한국기자들(선우정 조선일보 부국장 겸 사회부장, 길윤형 한겨레신문 국제뉴스팀)과 한국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한 일본 기자들(나카노 아키라 아사히신문 논설위원, 구보타 루리코 산케이신문 해설위원) 등이 참석했다.

구보타 위원은 “혐한이 있어서 반일이 나오는 게 아니라 한국의 반일이 나오니까 일본이 혐한으로 대응하는 것일 뿐”이라면서 “70, 80대 선배 중에는 한국의 민주화와 근대화를 지지하는 애한파(愛韓派)가 많았는데 이제는 오히려 한국을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일관계가 어려움에 봉착한 원인은 문재인씨의 역사관 때문이다. 반일에 대한 신념이 있는 한 한일 대화는 불가능하다”며 한일관계가 어려움에 봉착한 이유를 한국에서 찾았다.

조선일보 선우 부장의 발언도 논란이 됐다. 그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받은 돈으로 경제성장을 이뤘으니 이 돈으로 피해를 배상하자고 제안했다. 선우 부장은 “우리가 받은 돈이 과거사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면 뭔가. 이 돈으로 포스코와 경부고속도로, 소양감댐을 지으면서 경제발전에 종잣돈으로 썼다”면서 “‘조상의 핏값’으로 인정하고 이걸(경제성장으로 이룬 부를) 두세 배 피해자분들에게 주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반인도적 불법행위’ 등의 이유로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 개인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에 배치되는 주장으로, 일본의 아베 신조 내각이 내세운 논리의 판박이다. 패널 구성의 문제도 지적됐다. 산케이신문은 일본에서도 극우 매체로 평가받는다.

‘시사 직격’ 실명 게시판에는 방송 이후 이틀 만에 200여 개에 가까운 비난 게시물이 올라왔다. 한국 대표 공영방송에서 술자리를 마련해 일본 우익 성향 매체의 기자를 부르고 그들의 일방적인 주장을 내보내는 게 옳은지 묻는 의견이 많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프로그램 폐지 및 수신료 폐지 운동을 벌이자”는 의견이 빗발쳤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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