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중국 매력 떨어졌다”… 인도로 발길 돌리는 글로벌 기업들

인도 뉴델리에서 지난 3월 열린 삼성전자 갤럭시S10 출시행사에서 관람객들이 제품을 시용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중국이 전 세계의 공장이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13억 인구의 방대한 시장, 저렴한 인건비 등으로 중국으로 향했던 글로벌 기업들은 인도, 베트남 등 ‘제2의 중국’을 찾아 떠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아이폰 제작을 담당하는 폭스콘이 더욱 정교한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인도에 있는 설비를 업그레이드했으며, 아이폰XR을 인도 내수 시장용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WSJ 테크 분야 기자인 뉴리 퍼넬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인도에서 생산된 아이폰XR 상자 사진을 찍어서 올려 보도 내용을 뒷받침했다. 사진에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애플에서 디자인하고, 인도에서 조립했다’는 문구가 쓰여 있다.

철저하게 이윤 중심으로 움직이는 애플이 생산지를 인도로 확대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해 중국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아이폰 가격이 비싸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애플로선 중국 외에 다른 생산 거점을 마련해 이를 회피할 수 있는 ‘플랜B’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의 중국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당장 중국에서 철수하진 않겠지만 상황에 따라 인도 물량을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글로벌 제조업의 인도 유치를 위해 세금 감면 등 적극적인 구애를 보낸 것도 애플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라비 샹카르 프라사도 인도 전자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50여개 휴대전화 및 전자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인도의 지원 대책에 관해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애플이 중국 외에 생산 기지로 삼을 다른 나라를 찾고 있다”면서 “인도는 대안이 될 수 있는 거대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에 있던 스마트폰 공장을 철수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가 직접 만들고 갤럭시 브랜드를 붙여서 파는 일부 제조사개발생산(ODM)을 제외하고는 직접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만들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중국으로 향했던 이유는 거대한 시장과 저렴한 인건비 때문이었지만, 현재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은 1% 미만이고, 인건비는 베트남보다 최소 배 이상 높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인도 등을 생산 거점으로 삼았다. LG전자가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생산 기지로 삼은 곳이 중국이 아닌 베트남이라는 점도 더 이상 중국이 글로벌 생산 거점이 아님을 보여주는 지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철수는 중국 제조업에 새로운 타격을 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생산 비용이 커져도 삼성전자처럼 중국을 떠나지 못하지만, 미국 기업들은 미·중 무역분쟁 상황에서 이미 탈중국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구글, 핏비트, 고프로, 아이로봇 등이 이미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다변화했고, 미·중 무역분쟁 상황에 따라 추가적으로 이탈하는 기업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중국이 최근 현대차 합작법인 지분 100% 매입을 허용하는 등 탈중국을 막으려고 하지만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다시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24일 “특히 스마트폰 사업은 이제 레드오션이라 비용 절감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중국은 베트남이나 다른 개발도상국보다 인건비가 비싸서 다시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