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추락신도 대역 없이… 시청률 훔친 ‘배가본드’ 액션



모로코행 비행기 추락 사고로 조카를 잃은 차달건(이승기)은 테러범을 잡으려 탕헤르 골목길을 누빈다. 그곳에서 만난 테러범 제롬(유태오). 달건은 제롬과 스릴 넘치는 추격전을 벌인다. 줄에 매달려 건물을 오가고 옥상은 파쿠르(맨몸 곡예)로 넘나든다. 달건이 건물 3층 높이에서 차를 향해 몸을 던질 때는 그야말로 손에 땀이 쥐어진다.

지난달 20일 방송된 ‘배가본드’(SBS) 첫 회는 이처럼 강렬한 시퀀스로 가득 채워졌다. 배가본드는 여객기 추락에 얽힌 군사 자본의 음모를 알아챈 달건이 국정원 요원 고해리(배수지)와 진실을 좇는 과정을 그린 극. 할리우드 영화 ‘본’ 시리즈 같은 흥미진진한 전개에 힘입어 10~11%(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액션과 로맨스를 버무린 극인데, 멜로만 보면 밋밋한 게 사실이다. 로맨스극이 숱하게 그렸던 신데렐라형 여성 서사를 답습하는 데 그친다. ‘기획 4년, 제작 1년, 제작비 250억’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건 ‘액션’이었다. 배우들의 열연과 유인식 감독, 이길복 촬영감독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 등이 두루 어우러진 액션신은 충분히 눈을 사로잡을 만했다.

특히 강풍 무술감독은 ‘치고받고 싸운다’ 같은 간명한 지문에 박진감 넘치는 그림을 덧씌워냈다. 가장 신경을 쓴 건 ‘개연성’이었다. 20여년간 스턴트로 활동한 경험을 살렸다는 강 감독은 24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특공무술 합기도 시스테마 등 무술을 종합하면서도 최대한 간결하고 빠른 액션신을 구성했다”고 했다.

액션은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더 박진감 넘치게 구현됐다. 제작진은 40일가량의 모로코와 포르투갈 촬영에 앞서 철저한 사전답사를 진행했다. 영화 ‘007 스펙터’(2015) 등의 모로코 촬영을 담당했던 해외 프로덕션과 함께 현지 섭외를 진행했다. 촬영 직전엔 세 달간 수백㎞를 돌아다니며 탕헤르 마라케시 카사블랑카 등 도시 구석구석을 훑었다고 한다.

현지 가정집은 일일이 직접 문을 두드려 섭외했는데, 추격전에 필요한 골목길과 파쿠르를 유려하게 담을 건물들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장민재 해외 로케이션 매니저는 “구글맵 같은 지도가 무의미한, 미로 같은 골목길들을 계속 돌아다녔다”며 “다양한 높이의 옥상을 찾느라 100개 정도의 건물을 오르내린 것 같다”고 회상했다.

배우들의 헌신도 대단했다. 이승기와 배수지 등 배우들은 세 달간 액션스쿨에서 격투신 훈련을 받았다. 이승기는 하루 3시간 트레이닝 외에도 크로스핏을 통해 추가로 체력을 다졌다고 한다.

그런 열정은 화면에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전사 출신인 이승기는 액션의 9할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제롬의 차로 뛰어드는 4초가량의 장면도 4시간 동안 수없이 뛰어내리길 반복해 만든 것이었다. 강 감독은 “배우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가 극의 풍성한 디테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마지막 회까지 짜릿한 액션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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