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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너절하다”는 금강산 남측시설 10년간 문닫혔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던 중 해금강호텔 앞에서 당국자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현지지도를 통해 금강산관광지구 총개발계획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일대의 남측 시설을 철거하도록 지시했다는 소식에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를 준비하던 현대아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상당수 시설의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이번 지시가 남북 간 실무회담 또는 사업자인 현대아산과의 협의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대아산은 23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관광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이날 오전부터 실무자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임원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아산이 금강산특구에 투자한 금액은 총 7865억원이다. 그중 사업권 대가가 5597억원, 시설투자 비용은 2268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2008년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으면서 우리 측의 금강산 관광 중단 조치가 풀리지 않자 북측은 남측 시설 일부를 몰수하고 운영을 동결한 상태다. 이산가족 면회소, 소방시설 등 우리 정부 시설과 금강산온천, 문화회관 등 한국관광공사 소유 시설들은 몰수됐다.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20주년 남북 공동행사 등이 몰수 조치가 내려진 시설에서 진행되기도 했지만 조치가 풀린 건 아니다. 당시 정부는 상봉시설 개보수를 위해 유엔으로부터 포괄적인 제재 예외 인정을 받고 개보수 공사를 진행한 바 있다.

북측이 구체적인 철거 대상을 지목하진 않았지만 이산가족 면회소 등 핵심 교류 시설도 철거 후보에 포함된다. 금강산호텔과 외금강호텔, 금강원(식당) 등은 북측 자산이지만 현대아산이 임차 사용권을 갖고 있다. 금강산온천, 문화회관, 온정각 면세점, 금강빌리지 등은 남측 시설에 해당된다.

이들 시설 가운데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더라도 철거 후 재건축 또는 개보수가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현대아산은 지난 2월 창사 20주년을 맞아 금강산에서 기념행사를 연 뒤 “관광 노정 등 기본 시설들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10년 이상 문이 닫혀 있었기 때문에 다른 시설물들은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한 바 있다.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은 지난해 4월 이후 금강산 관광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각각 운영해 왔다.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차관을 현대아산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정몽헌 회장 15주기 참석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올해 안에 관광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금강산 관광 2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김 국무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우리 측은 사전에 어떤 언질도 받지 못했다. TF를 중심으로 관광 시설 개보수 문제를 비롯해 실무적인 계획을 짜고 있었다”면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관광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TF를 상설기구처럼 운영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발생한 매출 손실은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매출 손실은 금강산 관광이 활발하던 2007~2008년 당시 기준으로 삼아 연간 30만명 정도가 금강산 관광을 갔을 경우 관광객들이 지출하는 비용 등을 추정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아산 직원은 169명이다. 금강산 관광이 활발하던 때 1100명 가까운 인력을 유지하던 것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으로 준 셈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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