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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이흥우] 환상의 조합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로 기억된다. 지직거리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이런 화음이 가능하구나’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나훈아, 남진에 익숙했던 내게 이 노래는 이전에 몰랐던 팝송이라는 신세계에 눈뜨게 한 계기가 됐다. 가사 내용은 영어가 짧아 도통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우연히 접한 이 노래의 여운은 오랫동안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 노래가 사이먼 앤 가펑클이 부른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란 걸 알게 된 건 한참이 지나서였다.

사이먼 앤 가펑클은 주옥같은 명곡을 많이 남겼으나 두 사람의 음악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진다. 결별 후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은 각각 솔로 활동을 계속한다. 그러나 듀엣 시절만큼 인기를 얻지 못했고, 기억에 남는 명곡들도 별로 남기지 못했다. 대중은 끊임없이 재결합을 요구했으나 사이먼 앤 가펑클은 외면했다. 대중은 알았다. 이들이 혼자일 때보다 둘일 때가 훨씬 좋은 환상의 조합이라는 것을.

환상의 조합은 스포츠 분야에 많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 만리장성을 넘어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양영자·현정화 선수는 ‘환상의 복식조’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이 명예로운 칭호는 한때 배드민턴의 이용대·유연성 조가 물려받았었다. 하지만 원조는 구기사상 우리나라에 첫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안긴 여자탁구의 이에리사·정현숙 조가 아닌가 싶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스포츠맨’ 노래에 ‘탁구천재 이에리사 단짝 정현숙’이란 가사까지 있을 정도니.

검찰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과제다. 야당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조국 법무부 장관을 기용한 것도 두 사람을 개혁의 적임자로 판단해서다. 취임 직후부터 검찰 개혁을 위한 조국·윤석열 조합을 생각하고 있었을 듯싶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바란 환상의 조합은 최악의 조합이 되고 말았다.

이제 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의 새 짝을 찾아야 한다. 여러 사람이 조 장관 후임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으나 윤 총장과 환상의 조합을 이뤄낼 만한 인물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찾기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윤 총장 캐릭터가 강한 탓일까, 할 사람이 없는 탓일까.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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