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문화라] 남아 있는 나날을 어떻게 보낼까



얼마 전 친구들과 노후에 어떻게 지낼까 하는 대화를 나누었다.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노후에 대한 꿈도 다양했다.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공유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이들을 독립시킨 후 여러 나라를 다니며 한두 달씩 머물고 싶은 게 꿈이라는 친구도 있었다. 조용히 애완견을 키우며 지내고 싶다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거나 다양한 사람들과 지내고 싶기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 들어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지만 이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지내왔다. 영원히 청춘으로 살겠다는 바람이라기보다 노년의 삶이 너무 빨리 다가오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나는 요즘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점들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하지만, 잃어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역시 크다. 노년의 삶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쇠와 소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에서 저자는 노후의 삶에 대하여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시간이 쓸쓸할까 걱정될 뿐”이라고 말하는데 아직까지 나는 늙어가는 시간의 쓸쓸함보다는 죽음이 두려운 쪽에 가깝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탄생, 성장, 소멸의 과정을 벗어날 수 없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이기 때문에 남아 있는 삶의 시간은 더욱 소중해진다. 요즘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말기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가 임종이 가까워진 환자들에게 삶을 되돌아볼 때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인지 물으면 환자 대부분은 ‘하지 못한 일’을 후회했다고 한다. ‘한 일’에 대해 후회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말을 들으며 남은 시간은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는 데에 집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30대와 40대에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독립하게 되면 노후에는 나를 위한 시간을 많이 가져보려 한다.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은 되도록 하지 않고 살아가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때는 최소한으로 하고 싶다. 계획대로 노후의 삶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시간을 쏟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요즘이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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