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아들에게 주는 레시피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들은 아직 휴대폰이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 전화할 일이 생기면 콜렉트 콜을 한다. 얼마 전의 일이다. 일이 있어 무음으로 해놓았던 전화를 확인해보니 콜렉트 콜로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다섯 통이나 와 있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싶어 걱정이 앞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황급히 전화를 받아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더니 “엄마, 저녁에 닭볶음탕을 먹을 수 있을까요”라며 아이가 진지하게 묻는다. “아니, 그것 때문에 전화를 계속한 거야”라고 물으니 그렇단다. 점심때 학교 급식이 시원치 않았나 보다. 이를 저녁 식사시간에 보충해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에 기다리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그날 저녁의 닭볶음탕을 평소보다 맛있게 먹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아이들이 언젠가는 자라 독립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몇 년 전부터 해오는 일이 있다. 요리할 때 돕게 하고, 좋아하는 음식의 레시피를 하나씩 알려주고 있다. 아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하면서 자연스럽게 요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면 옆으로 와서 “뭐 도울 것이 없을까요”라고 묻곤 했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일을 돕게 했다. 예를 들어 잡채를 만들기 위해 당근을 썰고 있을 때 옆에서 양파를 볶게 하는 식이다. 볶는 일만 거들어주어도 요리 과정은 수월해졌다. 주로 야채 씻기, 볶기, 뒤집기, 젓기 등을 맡겼다. 음식이 익는 동안 요리의 전체 과정을 순서대로 알려주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 때면 더 열심이었다. 직접 요리에 참여하게 되면서 음식에 대한 예의도 갖출 줄 알게 되었다. 더 맛있게 먹고, 음식에 대한 감상도 나누게 되었다. 먹고 만들고 나누는 재미를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어른이 되는 일은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자신이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일도 포함될 수 있다. 아이들이 자신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이를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한두 가지씩 알려주는 레시피들이 언젠가는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본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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