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십 년 후 나에게 쓰는 편지



내 휴대폰에는 오 년 전 5월에 저장해둔 알람이 있다. 이 알람은 앞으로 오 년 후에 울릴 예정이다. 알람을 맞추게 된 연유는 이러하다. 그해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클러스터 수업을 맡아서 진행하게 되었다. 클러스터 수업이란 인접해 있는 두 학교 간에 공동으로 운영하는 교육과정으로, 기존에 없는 과목을 개설해 듣고 싶은 학생들이 신청해서 참여하는 소규모 수업이다. 나는 문예창작 과목을 맡게 되었는데 이 수업은 문학적 글쓰기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직접 시와 소설을 써보고 서로 감상과 비평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일 년 동안 수업을 들으며 썼던 작품들을 모아서 문집을 만들고 발표회도 가졌다. 수업을 하면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되었고 각자의 고민도 털어놓게 되었다. 대부분은 내년으로 다가온 입시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고,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걱정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10년 후에 자신에게 쓰는 편지를 적어보면 어떨지 제안을 해보았다. 싫다고 하면 어쩌지 고민했는데 모두 좋다고 동의해주었다. 각자 진지한 태도로 열심히 써 내려갔다. 10년 후면 스물여덟 살이 되어 있을 나이였다. 스물여덟 살의 아이들은 각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궁금했다. 편지 끝에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적게 했는데 혹시 모르니 주소를 두 개씩 적게 했다. 10년 후 그 편지를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잊으면 안 되니 알람을 맞추어 놓기로 하였다. 그사이 벌써 절반의 시간이 지났다. 중간에 이렇게 글을 쓰니 더 잊지 않고 보낼 수 있으리라 다짐해본다. 몇 해 전 그사이 대학에 들어간 아이들에게서 자신의 소식을 전하는 문자가 가끔씩 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발 다가서고 있음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오늘 저녁엔 나도 십 년 후 나에게 편지를 써보려고 한다. 편지를 쓸 때보다 십 년 후 편지를 읽을 때 더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나이기를 기대해본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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