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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개발 재개 통첩에… 미, 광물 수출 봉쇄 ‘맞불’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의 비(非)석유 수출품 중 가장 비중이 큰 금속산업을 겨냥한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불이행이라는 강수를 두자 물러서지 않고 ‘맞불’을 놓은 것이다. 석유에 이어 금속까지 수출길이 막히면서 이란의 경제적 고통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대외정책 주도권을 잡으면서 미국의 대이란 정책이 지나치게 강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란의 철광석 강철 알루미늄 구리 등 금속 분야를 제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이란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금속산업을 겨냥하고 있다”며 “이란산 강철과 다른 금속을 수입하는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음을 여러 나라에 알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로 이란을 향한 미국의 전례 없는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은 석유와 석유화학 제품에 이은 이란의 3대 수출품이다. 석유 관련 산업을 제외하면 이란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이란 경제전문가 사이드 가세미네자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이란이 비석유제품 수출로 얻는 수익 50억 달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란 고용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과 자동차산업에도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금속 금수 조치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60일 이내에 석유 및 금융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핵개발을 재개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낸 지 하루도 안 돼 나왔다. 이란이 도발 행동에 나서면 제재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이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추가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두 번째 수출품인 석유화학 제품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나는 언젠가는 이란 지도자와 만나 합의를 이룰 용의가 있다. 이를 통해 이란이 누려야 할 마땅할 미래를 가져다주고 싶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하면서도 고강도 제재를 유지하는 대북 접근법을 이란에 적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로하니 대통령과 회담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은 미국이 JCPOA에 복귀해야만 대화에 응한다는 입장이어서 미·이란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낮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초강경 색채를 띠면서 볼턴 보좌관의 역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4월 취임 직후부터 북한에 ‘리비아식 해법’을 적용하겠다는 초강경 발언을 하다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2차·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이란 및 베네수엘라 위기 대응에서 전면에 나섰다.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부추겨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 ‘군사적 옵션’을 가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미군 해외파병을 극도로 꺼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적 성향을 미뤄 섣불리 전쟁을 벌이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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