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점령한 어벤져스, 흘러간 음악까지 되살리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는 영화의 인기만큼이나 OST도 큰 관심을 끌곤 했다. 제작진은 각 히어로에 어울리는 음악을 적재적소에 가미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사진은 아이언맨의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슛 투 스릴’을 부른 호주 밴드 AC/DC의 콘서트 장면. AP뉴시스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하 ‘어벤져스4’)이 문화계의 중핵이 됐다. 하루 평균 100만명을 넘나드는 관객을 불러들이며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의류, 의자, 음료수, 운동화, 스마트폰 액세서리 등 이 영화의 주요 캐릭터들을 새긴 다양한 상품도 제작됐다.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주인공들의 대사를 인용한 댓글이 넘쳐난다. 실로 돌풍이라 할 만하다.

영화에 삽입된 노래들도 큰 관심을 얻었다. 음원사이트를 둘러보면 오프닝을 장식한 영국 록 밴드 트래픽의 ‘디어 미스터 판타지’, 헐크와 로켓이 토르를 만나러 갈 때 흘렀던 영국 록 밴드 킹크스의 ‘슈퍼소닉 로켓 십’을 찾아 듣고 영화와 음악에 대한 감상을 적은 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TV나 라디오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낡은 록 음악들이 영화 덕분에 다시금 많은 이의 눈과 귀에 전해졌다. ‘어벤져스4’의 위력이 이렇게 또 한 번 증명되고 있다.

그동안 ‘어벤져스’ 시리즈는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 주거나 인물들의 행동을 돋보이게 하는 노래를 적재적소에 넣어 매력을 발산했다. 아이언맨의 주제곡이라 할 수 있는 호주 록 밴드 AC/DC의 ‘슛 투 스릴’은 자화자찬하는 가사, 호탕한 사운드로 장난기 다분하고 자신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아이언맨의 외향적인 성격을 부연했다. 미국 재즈 뮤지션 척 맨지오니의 ‘필 소 굿’은 의사로 잘나가던 닥터 스트레인지가 큰 사고를 당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미래를 역설적으로 나타내 묘한 울림을 선사했었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발표된 지 보통 30년은 지난 옛날 노래들을 사운드트랙으로 적극 활용해 왔다.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대부분 1960년대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원작 마블 코믹스 만화를 봐 온 사람들은 영화에도 흥미를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어른들한테는 영화가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해 ‘어벤져스’ 시리즈는 원작을 모르는 중년들도 조금이나마 친근함을 느낄 수 있게끔 오래된 노래들을 곳곳에 들여놓았다.

이 방침에 의해 ‘어벤져스’의 주요 관객인 젊은 세대는 잘 몰랐던 옛날 노래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됐다. 화려한 영상과 함께, 또는 재미있거나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흐르니 노래들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덕분에 평소에 선호하는 스타일의 음악이 아님에도 가수와 제목을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 ‘어벤져스’는 젊은 관객들로 하여금 나온 지 수십 년이 지난 노래들을 능동적으로 찾아 듣게 만들었다.

이처럼 ‘어벤져스’ 시리즈는 음악 쪽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흘러간 노래가 다시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소생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영화에 사용된 노래들은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를 잇는 매개가 됐다. 우리나라에는 영화를 통해 과거의 가요가 다시 크게 사랑을 받는 경우가 드물어서 아쉽고 부럽기만 하다.

한동윤<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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