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문화라] 귀를 기울여보면



얼마 전 모임에 나갔다가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사람이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다. 구조할 사람들이 출동했지만 누구도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건넨 말이 뛰어내리려는 분의 마음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그 말은 “무엇이 그렇게 힘드세요?” 라는 질문이었다. 뛰어내리지 말라는 말은 누구나 했지만 그 사람에게 왜 그러냐는 이유를 묻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은 힘들 때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의 절망감은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이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무런 편견 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억지로 이해하려 하거나 평가를 하지 말고 그냥 온전히 들어주는 일에서 사람 간 소통은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서로 소통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어렵기도 하다. 실제로 소통의 부재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은 가까운 관계에서 훨씬 많다고 한다. 왜 이렇게 사람 간 소통은 쉽지 않은 일이 됐을까. 우리는 정작 해야 할 이야기를 가까운 사람에게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괜히 걱정할까 봐, 나에 대해서 실망할까 봐 등 이유는 다양하다. 또 자신이 잘못된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고통인 사람도 있고,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소통의 기본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말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일은 훈련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생각은 모두 다를 수 있다. 다른 의견들을 수용하고, 내 생각 상자에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넣을 수 있다면 사고는 계속 확장돼 나갈 수 있다. 들을 수 있는 만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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