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최주혜] 편리의 찌꺼기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분리수거일을 놓치면 베란다는 전쟁터가 된다. 배달음식과 각종 과일을 담던 플라스틱 용기들이 분리수거통에 산더미처럼 쌓이기 때문이다. 생활의 일부분이 돼버린 플라스틱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플라스틱은 당구가 유행했던 근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당구공의 재료로 쓰이던 상아 가격이 급등하면서 값싼 대체 물질을 찾던 중 1869년 미국의 존 하이엇이 최초의 플라스틱 셀룰로이드를 만들었다. 이후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이 개발되었고 20세기 신의 선물이라 불리며 각광받아 왔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신의 선물이라 부르지 않는다. 처지 곤란한 지구의 골칫거리일 뿐이다. 여러 명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은 멤버마다 담당하는 영역이 있다. 외모나 가창력 등 자신이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을 부각시킨다. 엉뚱한 생각이지만 만약 플라스틱, 금속, 유리 등등으로 구성된 그룹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플라스틱은 무엇을 담당할까. 플라스틱의 매력은 단연코 편리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누린 편리의 결과는 좋지 않다. 플라스틱 끈에 감겨 등껍질이 땅콩 모양으로 변형된 바다거북, 엄청난 양의 폐비닐을 삼켜 죽음에 이른 고래, 북태평양에 떠 있는 한반도 7배 면적의 쓰레기 산 등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그럼에도 아직도 비닐봉투 사용 문제로 마트 직원과 실랑이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는 여전히 편리의 달콤함에 젖어 있는 듯 보인다. 이쯤 되면 지구의 미래는 암울할 게 뻔하고 인간은 거대한 쓰레기 공에 간신히 기생하는 벌레처럼 살게 될 것 같지만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다행히 환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변화 움직임이 보인다. 생활 속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제로 웨이스트운동’이다. 이를 실천하는 가게는 견과류를 1g 단위로 팔고 여러 번 쓸 수 있는 다회용 빨대를 판다. 물건을 사려면 담을 수 있는 용기를 직접 들고 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플라스틱의 편리함은 불가피하게 쓰레기라는 찌꺼기를 남긴다. 플라스틱이 신의 선물로 남을지, 재앙이 될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나 또한 지구에 기대어 살고 있는 현실을 잊지 말자는 의미로 걸핏하면 까먹는 휴대용 장바구니를 가방마다 챙겨 넣었다.

최주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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