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우생순’… 큰물로 가는 류은희

류은희가 지난 18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 부산시설공단과 SK슈가글라이더즈의 경기에서 슛을 하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절대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다른 선수들이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 여자핸드볼 최고의 라이트백 류은희(29·부산시설공단)가 국내 선수의 유럽행 물꼬를 다시 트면서 밝힌 각오다. 대한핸드볼협회는 류은희가 프랑스 여자핸드볼 1부 리그 파리 92 와 올해 7월 15일부터 2년(1+1)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1년 후 같은 팀에서 계약을 연장하거나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조건이다.

2018-2019 SK핸드볼코리아리그 통합 최우수선수(MVP)인 류은희는 2008년 벽산건설(현 인천시청)을 통해 실업무대에 데뷔했다. 핸드볼코리아리그 통산 득점 2위(848골), 어시스트 1위(503개), 블록슛 1위(223개)를 기록한 여자핸드볼 간판선수다. 2012 런던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대표로 활약했고,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빼어난 기량으로 런던올림픽 이후부터 유럽 리그의 주목을 받았으나 해외 진출이 여의치 않았다. 인천시청에 몸담고 있던 2014년에도 파리 92와 협상을 벌였으나 계약에 이르진 못했다. 류은희는 “국내에선 신체조건(181㎝·왼손잡이)이 우월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유럽은 플레이 스타일도 다르고 체격조건도 좋기 때문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핸드볼을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올림픽과 유럽 진출이 목표였다”며 “적은 나이가 아닌 만큼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파리 92에서의 활약을 토대로 유럽핸드볼연맹(EHF) 챔피언스리그 제패를 목표로 하는 팀으로 이적하는 것이 그의 다음 목표다.

한국 여자핸드볼은 90년대 후반 홍정호(노르웨이), 김은미(독일)의 유럽 진출이 있었지만 ‘우생순’의 영광을 남긴 2004 아테네올림픽을 전후로 유럽 진출을 본격화했다. 2002년 이상은이 덴마크에 진출한 것을 비롯해 2006년엔 허영숙이 다시 덴마크로 갔다. 최임정 허순영도 추가로 덴마크로 합류했고, 2000년대 후반엔 명복희 김차연 오성옥 한선희가 오스트리아에서 활약했다. 이후 2011년까지 오스트리아에서 플레잉코치로 뛰었던 오성옥을 마지막으로 유럽행 명맥이 끊겼다. 공교롭게도 한국 선수의 유럽 진출이 뜸해진 이후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부진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동메달을 끝으로 2012년과 2016년 모두 노메달이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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