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짚되 민감한 부분 살짝 피한… 이 시대 사극 생존법

SBS ‘녹두꽃’
 
MBC ‘이몽’


한동안 보기 어려웠던 블록버스터급 정통 사극 2편이 연달아 안방극장을 찾는다. ‘녹두꽃’(SBS)과 ‘이몽’(MBC)이다. 이전 시대극과 달리 시대적 배경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핵심 인물 서사는 축소했다는 게 이들 작품의 공통점이다.

오는 26일 첫 전파를 타는 ‘녹두꽃’은 조선 말 동학농민운동 속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 백이강(조정석) 백이현(윤시윤)의 삶을 풀어낸다. 애초 알려진 200억원보단 낮지만, 상당한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녹두장군 전봉준(최무성)이 주인공이 아닌 점이 눈에 띈다. 연출자 신경수 PD는 지난 17일 간담회에서 “영웅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얘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제작비 200억원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이몽’도 비슷한 결을 가져간다. 일제강점기 비밀결사 의열단장 약산 김원봉(유지태)과 의사 이영진(이요원)의 얘기를 담은 첩보극으로 다음 달 4일부터 선보인다.

김원봉이 주인공이지만 그가 가진 역사적 맥락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지난 9일 감독과의 대화에서 윤상호 PD는 “약산이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등장하는 건 아니다. (김원봉은) 상징적 인물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투영된 인물”이라고 했다.

시대극들이 이처럼 중심인물의 서사를 피해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 변화에 맞춰 잘 조명되지 않았던 역사를 발굴하는 와중에 불필요한 논쟁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줄이려는 한 방편이다. 김원봉은 최근 정치권에서 독립유공자 서훈 논란이 불붙기도 했다.

주제의식을 담아내면서 거부감은 줄이는, 새 생존전략인 셈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와 근접한 역사를 다룰수록 예민한 지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해석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역사극이란 틀에 갇히지 않고 다채로운 메시지를 담아내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정 평론가는 “실존 인물과 가상 인물을 같이 배치한 시대극이 많아지고 있다. 이미 아는 얘기를 넘어, 드라마틱한 전개와 여러 의미를 풍성하게 담고자 하는 사극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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