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애니원’ 닮은 듯 다른 듯… 걸그룹 새역사 쓰는 ‘블랙핑크’

걸그룹 블랙핑크는 최근 신곡 ‘킬 디스 러브’를 발표하며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왼쪽부터 로제 지수 제니 리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할 때만 하더라도 선배 그룹 투애니원의 ‘짝퉁’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을 듣곤 했다. 투애니원과 같은 기획사(YG엔터테인먼트) 소속인 데다 멤버 수(4명)도 같았고 음악 색깔 역시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팀이 발표하는 곡은 매번 큰 히트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갖가지 기록을 쏟아내며 K팝의 새로운 대표주자로까지 자리매김한 분위기다.

이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걸그룹 블랙핑크다. 이들이 지난 5일 발표한 미니음반 ‘킬 디스 러브’는 국내외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의 신보가 일주일 뒤인 12일 출시된 탓에 덜 조명받고 있지만, 이들은 그 어떤 걸그룹도 보여주지 못한 전인미답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곡 ‘킬 디스 러브’는 발표와 동시에 세계 37개국 아이튠즈 ‘송 차트’ 부문 1위에 올랐다. 세계 최대 스트리밍(실시간 듣기) 업체인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톱 50’ 차트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공개 62시간 만에 1억뷰를 달성하며 사상 최단기간에 1억뷰를 기록한 작품이 됐다(이 기록은 BTS가 일주일 뒤 다시 갈아치웠는데,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37시간 만에 1억뷰를 달성했다).

미국 빌보드가 최근 공개한 차트를 보면, 블랙핑크의 신보는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24위에 올랐다. 타이틀곡 ‘킬 디스 러브’는 싱글차트인 ‘핫 100’에서 41위에 랭크됐다. 이들 기록은 K팝 걸그룹이 거둔 최고 성적이다. 이 밖에도 블랙핑크는 최근 미국 최대 음악 축제인 코첼라 페스티벌에 참가해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들은 미국 CBS 토크쇼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 등 유명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현지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음악평론가 미묘는 “오랫동안 K팝을 좋아한 해외 팬들이 투애니원에 갖는 애정은 각별하다”며 “블랙핑크는 투애니원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투애니원과는 다른 매력까지 보여주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요즘 해외에서는 BTS가 ‘아시안 팝’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동양 여성 아티스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라며 “어쩌면 그 선두에 블랙핑크가 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데뷔한 블랙핑크는 ‘휘파람’ ‘붐바야’ ‘불장난’ ‘스테이’ 등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특히 지난해 발표한 ‘뚜두뚜두’는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이 곡이 속한 음반은 ‘빌보드 200’에서 40위에, 노래는 ‘핫 100’에서 55위에 각각 랭크됐다. 뮤직비디오는 K팝 그룹 최초로 유튜브에서 7억뷰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한동윤 음악평론가는 “블랙핑크는 후크(hook·반복되는 후렴구)가 선명하고 곡의 템포도 젊은층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내놓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남성 그룹에 비해 (여성 팬들에게 어필하기 힘든) 걸그룹이 갖는 태생적인 한계 탓에 BTS와 같은 엄청난 팬덤을 형성하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앞으로도 블랙핑크는 확실한 성과를 거둘 것 같다”고 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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