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문화라] 꽃들도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



주말에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갔다. 활짝 핀 봄꽃들을 보고 싶어서였다. 벚꽃, 목련, 진달래 등 봄꽃이 만개해 있었다. 꽃들의 화려함에 감탄하고 있는데 아직 꽃과 잎이 나지 않은 나무를 가리키며 아이가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이름 표지가 없고 꽃이나 잎이 없으니 무슨 나무인지 알기 어려웠다. 꽃과 나무에는 각자의 이름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도 있다. 주택에서 처음 맞이하던 봄, 가족들과 화훼단지에 갔다. 마당에 심을 꽃나무와 야생화를 사기 위해서였다. 주인아주머니가 권해주는 몇몇 꽃나무와 야생화를 사 와서 아이들과 함께 마당에 심었다. 함께 챙겨온 이름표도 옆에 꽂아놓았다. 찔레꽃, 달맞이꽃, 장미꽃, 맨드라미, 수국, 미스김 라일락, 수선화를 그해 봄에 심었다. 이름을 알기 전에는 그냥 꽃, 나무였는데 이름을 알게 되자 각각의 나무와 꽃에 관심이 생겨났다.

가장 인상적인 이름은 미스김 라일락이었다. 보랏빛 꽃잎에 향기가 그윽한 이 꽃의 이름은 도대체 왜 미스김 라일락인 걸까. 그 후 이름의 유래를 알게 되면서 궁금증은 풀렸다. 1947년에 미국인 엘윈이라는 식물 채집가가 수수꽃다리라고 불리는 식물의 종자를 채취해서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했다. 새 품종의 이름은 당시 한국에서 식물자료 정리를 도왔던 사무실 여직원의 이름을 따서 미스김 라일락이라고 붙였다고 한다. 미스김 라일락은 세계에서 인기 있는 라일락 품종 중 하나가 되었고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도 로열티를 지불하여 수입해오고 있다. 노란 꽃잎이 어여쁜 수선화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나르시스라는 목동이 냇가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반해 물에 빠져 죽었고 그 자리에 수선화가 피어났다고 한다. 이처럼 꽃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니 어제와 같은 꽃이지만 오늘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람에게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인생이란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일이다. 마음과 귀를 열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올봄에는 꽃과 사람, 우리 주변의 존재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고 싶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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