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하주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어릴 적 아침에 일어나서 배달된 우유를 냉장고에 넣고 일간신문을 읽었다. 우리 집은 색깔이 다른 신문을 세 가지 구독했는데, 같은 사건에 대해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을 비교하면서 읽는 것이 커다란 재미였다. 책을 마음껏 사달라고 할 만한 형편이 아니어서 읽을 책이 없을 때 가장 괜찮은 읽을거리였다. 그때라고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는 못할 때가 많았다. 중간에 어려운 한자도 섞여 있었고 관심을 갖기 어려운 기사도 꽤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신문을 더 많이 보는 시대에는 종이가 찢어질까 조심스레 넘기는 수고조차 하지 않고 기사를 접할 수 있다.

관심은 속에서 우러나, 마음이 끌리는 대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므로 의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사실 어렵다. 나도 늘 순간적으로 관심이 가는 문제와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다른 것 같아 걱정이다. 인간의 뇌에는 파충류 때부터 발달하고 위험에 대처하는 피질하구조가 있는데, 알람 역할을 하는 편도 쪽의 반응이 훨씬 빠르다. 그래서 단순하고 자극적인 제목이나 깜짝 놀랄 만한 사실에 대해 일단 클릭하고 본다. 표면적이지는 않아도 은밀하게 섹스와 관련된 기사, 잘나가고 질투하던 사람 또는 계급의 개인적 몰락, 폭력적인 살인 사건 등 자신의 생존 또는 기본적 욕구와 관련된 내용에 일단 관심을 갖기 쉽다. 진화 단계에서 다른 포유류를 넘어 인간에 와서야 더 커진 신피질 영역의 경우 더 똑똑하지만 반응이 더 느리다는 것이 문제다. 가십에 몰두하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껴 정말 관심 가져야 할 사회적 문제, 외면당하는 사람들, 제도의 희생양과 개선 방안, 거북하고 불편한 진실에 대해 말하는 기사를 읽으려고 결심하는 바로 그 순간, 출근시간이 다 되었거나 이제 지하철에서 내려야 한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관심이 가게 되는 이야기에 끊임없이 유혹당하고 있다. 주의를 돌리기 위해서는 다른 관심거리를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신문을 넘기거나 옥편을 찾을 몇 초의 시간만으로도 우리는 파충류의 뇌를 잠재우고 인간의 뇌로 기사를 읽을 수 있을 텐데 그 시간마저 허락하지 않는 시스템에, 우리는 늘 알면서도 당한다.

하주원 의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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