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황시운] 프레임 바깥의 당신



틈나는 대로 사진을 정리하고 있다. 부모님 사진을 중심으로 앨범을 몇 권 만들어 볼 생각에서다. 그러자면 블로그와 카페, 클라우드 등 온라인상에 흩어져 있는 사진을 선별해 한곳에 모으는 일부터 해야 했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다시 휴대폰 카메라로 옮겨오는 동안 쌓인 사진은 대충 헤아려 봐도 2만여장이나 되었다. 필름값과 인화비용에서 벗어났다고 고민 없이 셔터를 눌러댄 탓이었다. 그동안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시작으로 지금의 SNS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멀다고 사진을 업데이트했다.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클라우드와 동기화해 저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앨범을 넘겨보듯 지난 사진을 들춰본 적은 거의 없었다. 실물이 아닌 모니터 속의 이미지에선 과거와 같은 애틋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진 정리를 시작했을 때, 부모님 사진이 생각했던 것보다 적어 당황했다. 특히 아빠 사진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 있는 사진도 편찮으신 걸 안 뒤에 일부러 열심히 찍은 것들이었다. 젊고 건강하던 시절의 아빠 모습은 모조리 증발해버린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러고 보면 아빠는 언제나 프레임 바깥에 존재했던 것도 같다. 가족을 위해 수년간 먼 나라에서 일했고, 이후에도 여러 도시를 누비느라 바빴다. 드물게 함께할 때도 아빠는 프레임 바깥에서 프레임 안쪽의 우리 모습을 기록하는 사람이었다. 자랄수록 아빠와 함께 사진 찍을 일도 드물어졌다. 게다가 조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내 카메라는 언제나 조카들을 향해 있었다. 부모님이 나의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일은 더더욱 드물어질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읜 친구가 부모님 사진과 동영상을 되도록 많이 찍어두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충고에 공감하고 수긍했지만 이내 잊어버렸다. 그때는 그게 이토록 가슴 아픈 후회로 남게 될 줄 몰랐다. 아니다. 어쩌면 다 핑계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관심이 부족했을 뿐이다.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랑을 소중히 여기지 못했다. 몇 장 안 되는 아빠 사진을 반복해 넘겨보며, 후회란 게 언제나 너무 늦기 때문에 후회인 것이라는, 하나 마나 한 생각만 되뇌고 있다.

황시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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