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황시운] 우리를 집어삼킨 구멍



7년 전 어느 봄밤, 사고가 닥쳤다. 생사를 장담하기 힘든 고비는 넘겼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평범한 일상을 허락하지 않는 통증과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해 머리맡에 죽음을 부려놓고 잠들곤 했다. 그러는 동안 나만 괴로웠던 것도 아니다. 나를 위해 어떤 순간에도 약해질 수 없었던 부모님과 엉망으로 부러져버린 누이의 미래와 마주해야 했던 동생이 고통의 시간을 함께했다. 육친과도 같았던 친구들 역시 나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내가 지고 있는 고통을 기꺼이 나누어서 지려 했다. 사람들의 말처럼 고통을 나눈다고 고통이 작아지는 것도 아니었는데. 사고는 나는 물론 내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 삼켜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그 사고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어떤 삶에 느닷없이 닥치는 사고란 그런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도시 한복판에 생겨난 거대한 싱크홀처럼 주변 모두를 집어삼킨다.

곳곳에서 젊음이 스러진다. 누군가의 이른 죽음이야 어느 시대에나 있는 일이겠지만, 죽음의 이유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고’로 인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지만 결국 일어난 사고 뒤엔 인간의 이기심과 결탁한 자본의 추악함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며칠간, 세상이 이렇게 엉망으로 망가지기까지 나는 무엇을 했나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안타까운 젊음의 죽음에 내 몫의 책임이 없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만 책임져서 될 일이 아닐 테니까.

건물과 다리가 무너지고, 아이들이 탄 배가 가라앉고, 화마가 사람들을 집어삼킬 때마다 우리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이야기해 왔다.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아무 잘못도 없는 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숨질 때마다 온 사회가 슬픔과 분노에 잠겼지만 끝내 거기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진 못했다. 그사이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젊음이 또다시 스러졌다. 우리들의 세상에 거대한 싱크홀이 생겨났다.

황시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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