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사회관계망의 선순환



블로그를 시작한 지 3년이 되었는데, 개원할 때부터 의원 이름으로 시작했으니 상업적인 블로그이다. 상업적이라고 과장광고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환자나 가족 입장에서는 검색해서 궁금했던 정보를 얻고, 나는 내 의원 이름을 알리면 괜찮겠다 싶었다. 독후감이나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 글을 올리며 지냈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블로그였는데 그로 인해 삶이 꽤 바뀌었다.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어서 공모전 응모나 출판계획서를 냈고, 내는 족족 탈락했는데, 막상 블로그를 통해 출판사와 인연이 닿아 첫 책을 낼 수 있었다. 지금 여기 글을 쓰는 것도 연락이 끊겼다가 블로그로 다시 연락이 닿은 분이 추천한 덕분이다. 좋은 이웃도 많이 만났다. 치매에 걸린 노모를 10년간 모시면서 어머니를 위한 레시피를 올리는 스머프할배, 패럴림픽 국가대표와 누구보다 예쁘게 살아가며 사랑에 장애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비엄마 등 일상의 반경 안에서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나는 고작 블로그를 통해 전에 없던 기회를 얻을 줄 몰랐다. 사회관계망의 힘은 이렇게 크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유튜브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방을 탈출하거나 바다포도를 먹는 영상이 몇 십만의 구독자를 불러들일 힘이 무엇인지 원리를 잘 모르는 구세대다. 하지만 어느 세대도 바보는 아니었고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면 이유가 있겠지 한다. 내가 블로그에서 그랬듯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누군가는 너무 어렸을 때 유해한 것을 접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를 통해 창의력을 키운다.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1위가 이제 유튜버라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주변에서 들린다. 그러나 부모의 희망에 가까운 판검사나 의사를 꿈꾸는 것은 괜찮고 유튜버는 안될 이유가 있을까. 부모님의 꿈을 대신 살아내는 사람들이 적어져서 오히려 다음 세대가 더 행복해질지 모를 일이다. 앞으로 어떤 도구와 낯선 직업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소통이 가능하게 될까.

하주원 의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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