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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창간 전 터뜨린 ‘특종 컷’부터…30년 역사적 순간들 오롯이 담아

백담사로 유배돼 칩거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인 이순자 여사가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손자를 업고 있는 모습을 잠입 취재해 카메라에 담았다(1988. 11. 27). 국내외 언론·통신사들이 앞다퉈 사진제공을 요청해 왔고, 200만부를 발행한 특보가 바닥나는 등 폭발적 관심을 얻었다. 특히 제21회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이 특종은 창간도 되기 전의 것인 만큼 한국 언론사에서 전무후무한 사례로 평가된다.
 
한반도의 허파인 백두대간이 파괴되면서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난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강원도 강릉 자병산의 모습.(2004. 4. 1)
 
① 새해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앞두고 국회의장으로부터 회의 주재권을 넘겨받은 황낙주 부의장이 예산안 강제 처리를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그의 입을 틀어막으며 격렬하게 저지하고 있다.(1993. 12. 21) ② 물동이를 지고 흙먼지 길을 5시간 이상 걸어온 한 아이가 소나기를 맞으며 활짝 웃고 있다. 아프리카 동부 국가들은 극심한 가뭄으로 동물은 물론 사람까지 굶어 죽어가고 있다. 한국 기독교 구호단체들은 아프리카에서 ‘희망의 물줄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2009. 7. 13) ③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 김대중 대통령이 탑승한 전용기 앞문이 열리자 뜻밖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 대통령을 맞았다. 55년의 대립과 반목이 한순간에 녹아내린 현장을 포착한 이 사진은 국내외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28년 前 그날처럼… 民(민)을 거스르면 民(민)이 버린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에서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이 ‘1분소등운동’을 벌이며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외쳤다. 28년 전 국민 심판을 받고 백담사에 칩거 중인 이순자씨 사진과 박 전 대통령 뒷모습 사진을 들불처럼 번지는 촛불집회 사진과 함께 편집했다. 이 지면으로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편집상을 수상했다.(2016. 11. 28)
 
① 풍차 놀이기구를 타던 한 어린이가 장난을 치다 몸이 창틀 사이로 빠져나가 30m 고공에 매달린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1993. 5. 7) ②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악수하고 있다. 이날 게이츠는 왼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악수해 네티즌의 비난을 받았다(2013. 4. 22). ‘주머니에 손 넣고…’는 제272회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③ 국보 1호 숭례문 누각이 방화로 화재 발생 5시간 만에 시뻘건 불길에 휩싸인 채 굉음을 내며 무너지고 있다.(2008. 2. 11) ④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전남 보성군 농민회 백남기씨에게 경찰이 멈추지 않고 물대포를 쏘고 있다.(2015. 11. 15)


1988년 12월 10일, 국민일보가 세상 빛을 본 날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결실로 언론사가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국민일보가 태어나게 됐다. 창간 이후 사진기자의 열의와 분투는 국민일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국민일보의 첫 특종사진은 1988년 11월 27일 창간 소식지인 ‘국민일보 특보 2호’로 거슬러 올라간다. 언론을 피해 설악산 백담사에 숨어 지내던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가 수건을 머리에 두른 채 손자를 업은 모습을 담은 것이다. 군홧발로 국민을 짓밟은 정권의 비참한 말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이 한 컷은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외신들도 앞 다퉈 보도했다.

‘民(민)을 거스르면 民(민)이 버린다’는 제목과 함께 선보인 특보는 200만부가 순식간에 바닥이 났다. 창간 이전의 특종인 이 사진은 제21회 한국기자상을 받았고 국민일보의 존재를 알렸다. 이 특종은 창간도 되기 전에 나온 만큼 한국 언론사에서 전무후무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후로도 국민일보는 특종 행진을 이어갔다. 부정한 ‘돈선거’ 유세 현장에서 실제로 돈봉투가 오가는 결정적 장면을 촬영했다. 이후 해당 국회의원은 구속되는 사태를 맞았다. 또한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해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도중 국회의장 입을 틀어막는 야당 의원들 모습을 극적으로 포착해 한국보도사진전 대상 및 월드프레스포토 3위라는 쾌거를 이뤘다.

2000년 남북 정상이 55년 만에 평양 순안공항에서 만나 악수하는 역사적 사진은 모든 언론사 신문 1면으로 도배됐고, 초·중·고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2004년 식목일을 앞두고 개발 사업으로 파헤쳐지고 잘려나가 고통 받고 있는 백두대간 훼손 현장을 보도한 ‘백두대간의 고통’은 이달의 기자상, 한국보도사진전 금상, 삼성언론상까지 수상했다.

2008년에는 불붙은 숭례문 서까래가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담아 한국보도사진전 대상을 받았다. 또 2015년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아 쓰러지는 사진으로 한국보도사진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09년 연중기획으로 ‘블루골드 시대-물이 경쟁력이다’로 기독언론대상을 받았다.

지난 30년 역사의 기록자로서 충실한 역할을 해온 국민일보 사진부는 수많은 특종과 다양한 기획취재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렌즈를 통해 기록된 한 컷의 사진은 오늘도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서영희 기자 finalcut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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