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황시운] 쓸모없이 반짝이는



네다섯 평쯤 되는 단칸방에서 할머니와 엄마, 동생, 그리고 나까지 네 식구가 함께 살았다. 아빠는 열사의 나라에서 덤프트럭을 몰았다. 방이 좁아선지 크리스마스트리는 가져보지 못했다. 하지만 산타클로스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매해 받았다.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 선물은 칸 공책 한 묶음과 연필 한 다스였다. 그다음 해엔 기관차 모양의 연필깎이를 선물 받았다. 아침에 눈을 떠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발견할 때마다 실망스러웠다. 그 선물을 놓아둔 게 산타클로스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나는 내가 간절히 원하는 마론 인형 대신 공책이나 연필깎이 같은 걸 선물하는 산타클로스가 원망스러웠다. 나는 절대로 울지 않고 동생을 잘 돌보며 엄마가 내주는 숙제도 열심히 하는 착한 아이인데, 어째서! 하지만 원망을 내색하는 대신 산타클로스에게 더 간절히 기도했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제발 다음번엔 마론 인형을 선물해 주세요. 하지만 산타클로스는 끝내 내가 원하는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나는 결국 마론 인형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채 어린 시절을 마감했다.

사실, 엄마에게 사달라고 떼를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엄마는 온종일 쉬지 않고 일했고, 매일 밤 더운 나라에서 우리를 위해 고생하고 있는 아빠 얘기를 했다. 게다가 할머니는 늘 무서운 얼굴로 돈을 아껴 써야 한다고 했다. 아마도 나는 겨우 마론 인형 따위나 갖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이 부끄럽고 미안했던 것 같다. 더는 머리맡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마론 인형이 필요하지 않은 나이가 되자 오히려 안심이 될 정도였다.

조카들이 성장할수록 선물을 고를 때면 실용적인 측면부터 고려하게 됐다. 하지만 일 년에 딱 한 번, 크리스마스 때만큼은 필요에 상관없이 아이들이 기뻐할 선물을 하고 싶다.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든 안 믿든, 어린 시절엔 쓸모없이 반짝이는 선물도 받아봐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 번도 마론 인형을 가져보지 못하고 끝나버린 내 어린 시절을 위로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황시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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