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 칼럼] 흔들리는 촛불 감싸온 국민일보 30년



10일 창간 30주년 국민일보
약한 자, 낮은 자 기준으로 ‘가치 비즈니스’ 앞세워 세상을 읽고 전했다

저널리즘과 기독교적 가치 그 온전한 융합을 꿈꾸며
다시 독자와 함께 세상을 품겠다고 다짐한다


다시 겨울이다. 혹 암울한 분위기를 떠올릴 수도 있겠으나 겨울은 시작을 뜻한다. 교회력에서는 대략 12월 첫 주부터 약 4주 동안 이어지는 대림절(待臨節)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 새 생명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기리기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교회마다 대림절 첫 번째 촛불을 밝혔다. 매주 촛불이 하나씩 늘어 4개가 되면 크리스마스로 이어진다.

국민일보의 시작도 새 생명을 고대하는 대림절과 무관하지 않다. 대림절의 한복판인 오는 10일 창간 30주년을 맞는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기독미디어로서 기독교적 가치를 지면에 담겠다는 의지는 생명에 대한 열정이었다.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계승하면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촛불을 지키듯 힘없고 약한 이들을 감싸 안으려는 노력이었다.

나는 지난 10월 국민일보 창간 30주년 기념 국민미션포럼에서 ‘기독미디어, 세상을 품다 미래를 열다’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국민일보의 존재 의미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얘기했다. 지난날을 돌아보며 기독미디어로서 국민일보의 사명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저널리즘과 기독교적 가치의 융합, 둘째는 저널리즘과 비즈니스의 조화다.

정확한 사실 전달과 바른 논평으로 요약되는 저널리즘과, 언론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비즈니스 행태와의 언밸런스는 모든 미디어가 고민하는 주제다. 그보다 먼저 국민일보는 더 중요한 과제를 짊어져야 했다. 바로 기독교적 가치를 지면에 담아내야 하는 사명이다. 핵심은 기독뉴스와 일반뉴스의 병렬적 나열이 아니라 온전한 융합이었다.

사실 뉴스와 복음에는 유사성이 적지 않다. 소식(news)과 복음(good news)은 표기부터 서로 친화적이다. 전달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뉴스가 보도를 전제로 하듯 구약성서에 나오는 예언자들의 예언(預言·prophecy)은 하나님의 말씀을 맡아뒀다가 전달한다는 뜻이다. 예시·예견을 뜻하는 예언(豫言·prediction)이 아니다. 저널리즘에서 말하는 취재는 ‘말을 맡아두는 것’으로, 전달보도는 ‘맡아둔 말을 대언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그만큼 국민일보의 역할은 어렵고 책임은 무겁다.

문제는 어떤 말을 택할 것인지, 어떤 예언을 전달할 것인지에 있다. 그 기준은 무엇이냐는 문제도 동반된다. 이는 팩트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팩트 너머를 아우르는 문제의식과 직결된다. 500년 전 종교개혁가들이 개혁의 기준으로 한결같이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을 외쳤던 것처럼 국민일보의 기준도 성서의 예언이 무엇을 중시했던가를 마음에 새기는 데서 출발한다.

덕분에 국민일보는 균형 있는 미디어를 지향할 수 있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가치기준이 있지만 대부분은 자의적이거나 지엽적인 주장이다.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 호남과 영남, 노인과 청년, 여성과 남성, 노와 사 등 무수한 가름이 있는데 그 어떤 것도 국민일보가 고민하는 시대정신이나 가치기준이 될 수 없었다.

국민일보의 가치기준과 시대정신은 성서의 예언자적 전통에서 출발하기에 약한 자, 낮은 자, 가난한 자, 소외된 자가 기준일 수밖에 없다. 그 기준을 따르다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보수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하고 진보적인 가치를 두둔하기도 했다. 그 모든 과정이 원만하게 전개된 것은 물론 아니다. 때론 내부적으로 흔들려 노사가 대립했고 침잠의 시련도 겪었다.

그럼에도 방향을 잃지 않았던 것은 기독미디어로서의 존재감을 추구해야 한다는 내부 구성원들의 가치공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널리즘과 기독교적 가치의 온전한 융합은 여전히 진행형이며 완성에 이르기 위해서는 내부의 가치공유가 더 강화돼야 한다. 더불어 독자와의 소통 또한 뉴스 공급자와 소비자 간 가치추구 차원에서의 연대가 절실해졌다.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 비즈니스’의 추구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이어져야 할 국민일보의 과제다. 내부에서의 가치공유와 독자들과 더불어 엮어갈 가치연대는 새로운 미디어환경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도 더욱 확장돼야 한다. 기독미디어의 변화는 기독교적 가치를 추구하려는 내부의 공감과 외부와의 연대가 분명할 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평가하기에 따라서는 지난 30년은 가치공유 차원에서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걸어온 30년이 세상을 감싸 안겠다는 일념으로 달려온 길이라는 사실이다. 세상을 품어내려는 국민일보의 행보는 앞으로도 초심을 다지며 이어질 터다.

다시 겨울이다. 국민일보도 새 출발이다. 새로운 30년을 향한 길목에서, 독자들께 연대와 협력 그리고 기도를 구한다. 기다림은 계속된다

대기자 jubi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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